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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Apr 26. 2024

누가 내 다면평가를 갉아먹었나?

다면평가의 또 다른 정의

(도서 "who moved my cheese?")


언제부턴가 나이와 직급이 올라가면서 다면평가의 평가자에서 피평가자로 신분이 바뀌었고, 다면평가 안내 메일이 오면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도 눈치가 보일 만큼 다면평가에 초연한 스타일은 아니다.


다면평가 하나 가지고 인사조치를 하는 회사는 흔치 않지만, 내게 다면평가는 나도 모르게 옷을 젖게 만드는 가랑비나 내리막길을 데굴데굴 굴러서 주먹 크기가 눈사람의 일부로 커지는 눈덩이처럼 꽤 신경 쓰이는 존재다.


짐작했겠지만, 나의 다면평가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다면평가의 한계와 단점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정신승리와 정의는 살아있다 식의 되뇜을 하지만, 다면평가가 주는 그 익명성이 낮은 평가 점수보다 훨씬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곤 한다.


다면평가 결과가 오픈되고 나면 익명 게시판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평가받은 리더들이 나쁜 평가를 한 익명의 평가자를 조직 내에서 색출하려고 한다는 불평글이다.

(개인적으로 혼자 추정은 할 수 있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색출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다면평가는 대부분 나를 중심으로 상사, 동료, 부하가 평가한다, 그래서 360도 평가라고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는 부하가 할 거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랬다.

그래서 작년에도 부정적인 다면평가를 개선하기 위해서 조직관리나 리더십 측면에서만 신경을 쓰고 변화를 줬었다.


그런데 올해도 지난 일 년간의 노력에 비해서 더 나빠진 다면평가 결과를 받아 들면서 허망한 마음과 함께, 이런 낮은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동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내 추정이 맞다면, 지난 일 년간의 노력은 당연히 올해의 다면평가에 하등의 영향을 주지 않았고, 다면평가 점수는 전혀 나아질 리가 없었으리라.

또한 되돌아보면 주변 임원들과 관계 관리를 위해서 특별히 시간과 노력도 투자하지 않았음도 사실이었다.


한편으로 다면평가 동료 평가자의 한 명으로 평가 대상인 동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던 철없는 나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역시나 조직 내에서 눈치 없고 정치 감각 떨어지는 나의 무감각함이 원망스럽다.


다면평가의 정의와 쓰임에 조직 내 정치질의 공격 도구이자 스텔스 전투기 같은 보이지 않은 암살의 무기를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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