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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닿는다]

일상에서 피어나는 마음과 시

by 윤서린
tempImageBSnPys.heic Photo by SMY 20250812_0034 우정반지


[손이 닿는다]


- 늘그래


뭐 하세요?


우리의 만남은 늘 그렇듯

나의 갑작스러움으로 시작된다


우린 만나도

별 이야기가 없다

난 그게 참 좋다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꼭 이 조명아래 앉으세요

빛에 담긴 미소가 참 예뻐 보이니까


아, 정말요?

네, 정말로요


풀벌레 울음 들으며 집으로 향하는 길

평소보다 큰 반달을 사진에 담아 보려는 나

그런 나를 그저

웃으며 기다려주는 그녀


내 손짓에 마주 선 우리

달맞이꽃반지 나눠 끼고 웃는다

그렇게 마음 한켠 여름밤의 추억도 끼워 넣는다

좋아하는 문장에 꽃아 둔 꽃갈피처럼


오늘 즐거웠어요


두 손바닥 보이며

손 흔드는 그녀를 향해

용기를 낸다


한 발 다가가 조심스레

그녀의 오른 손바닥에

내 왼 손바닥을 맞댄다


인간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겁내는

못나고 못난 나라서

더디고 더딘 나라서


여섯 번의 여름이 지나서야

우리는 겨우 조심스레


손이 닿는다

마음이 닿는다


문득 다시 올려다본 하늘의 반달이

그녀가 좋아한다는 초승달로 보인다


'이런 나와 친구 해줘서 고마워요'

마음이 아닌 입 밖으로 내어 말하고 싶다


어쩌면 여섯 번의 여름이

더 지나야 할지 모른다


초승달이 반달이 되고

반달이 초승달이 되는

수많은 밤이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서툰 이 마음이

달빛처럼 은은히 닿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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