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헬무트 디틀의 글, 영화 각본, 그리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글로 이루어진, 다소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헬무트 디틀이 꿈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해석하여 작품으로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서 영화 <사랑의 추구와 발견>의 시나리오가 등장하는데, 오르페우스 신화의 구성을 차용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비너스와 미미는 한순간의 만남으로 뜨겁게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한때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하게 되고, 미미는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를 알게 된 비너스는 미미를 따라 저승까지 가지만, 그를 다시 데려오는 과정에서 자잘한 불신과 다툼이 생기며 결국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사랑의 정의에 대해 고심하는 에세이를 실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시야를 넓혀준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은밀히 스며들어 온 생을 지배하는 것일까? 사랑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점은, 그것이 때로는 삶을 파고들어 무자비하게 파멸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결국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혹자는 사랑의 순간성과 죽음의 불멸성을 강조하지만, 어떤 이들은 사랑을 잃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바보라며 손가락질할 수 없다. 어쩌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불멸이 허락되지 않은 인간에게 가장 큰 도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