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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무튼 디지몬-천선란

by 성새진 Mar 26. 2025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은 내 최애 책 중 하나다.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서, 또 책이 끝나가는 게 아까워서 책을 자꾸만 덮었던 기억이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인 콜리는 나에게 소설 속 어떤 인간들보다 인류애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이처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에 대해 쓸 수 있었던 것은 작가님이 이 세상이 아닌 그 어떤 디지털 속의 친구에게 다정한 그리움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의외였다. 천선란 작가님의 에세이가 디지몬에 관한 것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님이 바닥을 치고 다시 솟아올라 검은 연못을 파헤치고 나오기까지, 그리고 간병이라는 또 다른 커다란 굴곡에서 포기와 인내를 번갈아 응시하기까지 디지몬은 작가님에게 묵묵한 위로가 되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나에게 묵묵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닐까 싶다. 작가님과 디지몬의 사이가 그렇듯이...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통해 그동안 많은 위로를 받아왔으니까. 매년 1월 1일에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한 해를 보낼 힘을 얻고, '이겨내!'라는 북돋음으로 하기 싫은 일도 해내고, 매일 '오.운.완.'을 올리는 내 최애를 통해 나도 가기 싫은 운동을 가곤 했었으니까. 


        디지몬 속 세상처럼 누군가가 나를 콕 집어 '선택받은 아이'로 만들지 않아도, 내가 선택한 어떤 것들을 통해 나는 되려 '선택받은 아이'가 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것이 되었든, 자신 마음 한편을 내주는 애틋한 지명을 단순히 유치함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위로일지도, 어쩌면 죽지 못해 살아갔던 삶에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를 그 선택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울었다는 후기들을 종종 봤는데, '이 책을 보고 울 거 까지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나. 꾸밈없고 진솔한 고백이 가득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여러 번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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