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타일을 붙일 때 10mm 정도 간격을 만들어놓는데, 백시멘트(일면 매지라고도 한다)를 넣어야 한다.
이 부분을 줄눈이라고 한다. 줄눈이 사용하다 보면 탈락해서 깨지기도 하고,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고, 색이 누렇게 변하는 갈변이 오다 보니 락스 같은 독한 세제로 청소를 해야 한다. 줄눈시공을 하면 한마디로 청소도 쉽고 곰팡이가 안 생긴다며 나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도대체 줄눈이 뭔데?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없는 집이라고?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러니까 줄눈시공은... 줄눈재에 안료를 넣고 잘 섞어서 타일 사이에 주입하는 시공이며, 곰팡이 방지 효과가 있다. 청소가 용이하도록 도와주며, 다양한 색상들로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는 1석 2조의 시공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눈만 껌벅이고만 있었다.
동생은 줄눈시공을 같이 하자고, 아니 비즈니스를 같이 하자고 했는데, 15년 전만 해도, 줄눈시공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기에,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현장으로 찾아갔다. 직접 눈으로 보고 어떤 것인지 한번 자세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용접기공인 동생은 월수입이 기존 또래들보다 높은 편이 였는데 그걸 놔두고 다시 다른 기술을 배우고 일을 시작했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은 동요된 탓이기도 했다. 그때쯤 나는 호주비자가 리젝 되면서 빛이 산더미같이 있었고, 이자를 밑바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내며 지칠 때로 지쳐있었다. 다시 한번 잘해보겠다고 시작한 비빔밥집의 수입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나는 다시 새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뭐든 돈이 된다고 하면 귀가 솔깃한 시절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백시멘트를 제거하는데 열심이다. 줄눈시공의 절반은 백시멘트를 제거하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칼날로 최대한 일정한 U모양으로 제거를 한다.(이시절은 u형이었다. 지금은 ㄷ으로 말끔히 제거한다) 이때, 타일의 이가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또한 기술이다.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였다. 체력도 좋지 않은 내가 전혀 해보지 않았던 몸 쓰는 노가다를??
내 생각의 인테리어라 함은 욕실 바닥에 있는 타일을 예쁘고 화려한 것으로 바꾸고, 벽지를 바꾸고, 거실에 실링팬을 달기도 하며, 창틀의 색상을 화이트 필름지로 바꾸거나... 등등의 집안의 전체적인 색상을 바꾸면서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나름 이 세상도 들어가 보니 세세하게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동생의 계획은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영업을 주된 업무로 삼고, 현장일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었다. 매월 1천만 원 이상의 수입이 가능하다.라고 나를 설득했다. 실제로 동생은 줄눈을 하면서 돈을 잘 벌고 있었다. 줄눈사업을 하며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회사를 키워서 판매했고, 동생의 회사를 인수한 다른 동생은 지금도 줄눈쟁이로 잘 살고 있다.
난 거절했다.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때 경력직의 급여가 300만 원 선이었다. 나 역시도 마케팅실에서 인바운드 콜을 받으며 영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 떼고 포떼고 350만 원 선의 월급을 받았는데 2명의 월급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빛만 더 불어날것만 같아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