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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송 May 31. 2019

퇴사 이후,  어떻게 살 것이냐 물으신다면

여기저기 폐 끼치며 살겠노라 하겠어요.

 정치인이며 방송인, 작가이며 역사와 철학을 오래 공부한 유시민 작가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나열해보자면 높은 지식에 비례하는 겸손, 배려, 태도 같은 것들이 그가 가진 것들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이다. 특히나 인간미 있는 외모가 한몫을 톡톡히 하는데, 이렇게 완벽한 분이 외모까지 훌륭하다면.. 삶의 의지가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는 삶의 의욕을 높여준다. (작가님, 저 작가님 팬입니다.)  


  퇴사하고 첫날, 중고서점에 가서 그가 엮어낸 글을 샀다.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은 내가 살아온 삶과 살아가고 있는 삶, 살아갈 삶에 대해 돌아보고, 마주 앉아 고민을 하게 하는 아주 불편한 책이다. 작가가 느끼는 성찰에 비판적 사고를 해야 했고, 던지는 질문에는 왠지 리포트를 써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따로 과제를 내주는 없지만, 작가님이 오늘의 나를 위해 질문을 던져주신 것이라 내 멋대로 해석도 해 봤다.


▲  저자:  유시민 │ 생각의 길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아무도 내 걱정을 안 해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퇴사를 하고 다음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심지어 궁금해하지도 않았어.. 동료들은 축하와 부러움을 보냈고, 주위에서는 애썼다는 말을 전해왔다. '위대하고 고귀한 자여', '승리자', '레알 위너'와 같은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부자도 아니요, 금수저는 더더욱 아니어서 퇴직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한 달뿐인데, 왜 걱정하지 않는가. 그대들은 나를 진정으로 아끼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자격이 없다. 당사자인 나부터 걱정.. 어쩌면 생각이 없는데, 지켜보는 이가 그러할 리 만무하니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는 지난날 마음 가는 대로 살지 못해, 이제 와 마음 가는 대로 살려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마음 가는 대로 살라고 권유와 부탁을 동시에 한다. 나는 정말 내 멋대로 살았고, 내 멋대로 살고, 같은 흐름으로 내 멋대로 살 테다. 내 멋대로 산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막사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사항들을 선택지로 두고, 우선순위를 세워 고르고, 그것을 더 나은 선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누리는 것이다. 당연 그 안에는 하고 싶은 일만 포함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의 격차를 좁히는 일이야 말로 내 멋대로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 나이 32,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까마득하게 창창하다. 하지만 가는데 순서가 어디 있는 가. 나는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다. 그 누구도 우연의 사고에 희생자가 될 수 있으며, 그게 내가 되지 말란 법은 당연히 없다. 꼭 당사자가 나라는 법도 마찬가지. 지금 당장 내 남편이, 자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거 하고 싶고, 저거 해보겠다며 설쳐댈 수 있는 것도 복이고 감사의 제목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속에만 가지고 있었던 마음을 오늘의 삶으로 살아낸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여기저기 퇴사했다고 떠들어 댔더니, 주변에서 걱정 대신 일할 거리들을 찾아준다. 내 적성과 기호를 맞추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다리를 놔주고, 만남의 자리를 열어준다. 줄줄이 거절당한 이력서는 전투력으로 응해야 하는 것이라 코칭을 받고, 그것들은 이내  인터뷰의 자리로, 합류 제안의 자리로 이어진다. 그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여전히 다음 스텝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진 것 없는데 분명한 것은, 나는 주변인들의 덕을 보고 살 것 같다. 가진 것보다 크게, 혹은 깊이 봐주는 이들에게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무능한 저를 책임져 주세요. 저는 여러분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민폐를 좀 끼치겠습니다. 저는 심해에서 살아남는 정어리나 전갱이와 같이, 무리 짓고 떼 지어야만 살아갈 수 있거든요. 먹고사는 문제도,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모두 그대들과 연대하여 살아갈 테니, 저를 아시는 혹은 알게 될 제위-



습격당할 준비, 하고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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