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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프시케
Jun 13. 2021
아파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도 괜찮은 위로
처음에 영국에 왔을 때
한국인이 별로 없는 동네에
그래도 한국 음식점이 하나 있다는 사실은
그 존재만으로 작은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실제로 들어가 본 일은 두 번밖에 없었고
주인이 바뀐 뒤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처음에 그곳에 갔을 때,
아직 어린아이들 셋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에
주인 아주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휴, 아이들 그 맘때가 제일 힘든데
정말 힘들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애들 내가 봐줄 테니
가서 바람 좀 쐬고 오세요. '
하고 싶네요.”
그때는 육아의 힘겨움보다는,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나가야 한다는 막막함이
더 큰 과제였기에
그냥 고마운 말씀을 해주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씀이 더 깊이 내 마음에서
잔잔히 울리는 것을 느꼈다.
친한 친구의 엄마도
친구가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역시 삼 남매를 키워내신 분이셨다.
‘그때는 그냥 다른 거 없어.
가서 네가 유모차 끌고 애들 데리고 나가줘.
엄마 눈 좀 붙이고 쉬라고 해.
아기 키울 때는 그만한 선물이 없다.’
이런 말들이 뒤늦게 큰 위로가 된다.
미리 받은 위로의 선물이자
앞으로도 꺼내어 쓸 다독임이다.
그분들도 어쩌면 그런 위로와 다독임이
자신에게 절실했기에 아실 것이다.
아파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아픈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위로의 선물을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사람에게 전하며,
과거의 자신을 만나 위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이 결국,
과거의 나를 안아주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위로가 꼭 맞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도
괜찮은것 같았다.
이런 위로는
타이밍이 꼭 맞지 않아도 괜찮고
또 오히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더 오랜 여운으로 마음에 남기도 한다.
뒤늦은 것이든 이른 것이든,
마음을 담은 모든 말들은 아름답고 힘이 있다.
우리의 현재는 누군가의 과거가 되고
또 누군가의 미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게 되니,
우리는 한없이 외로워졌다가도
종국에는 외롭지 않다.
keyword
생각
아픔
심리치유
Brunch Book
런던에서 마음쉼표
05
이상하게 보일까 봐 나를 접는 대신
06
기억할 거라는 걸 기억해
07
아파본 사람만 알 수 있는
08
숨과 쉼을 주는 마주침
09
혼자라고 느낄 수는 있죠. 하지만 혼자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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