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으로 HPV 백신 가디실9 맞기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안 맞고 미국에 왔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 어느 블로그에서 미국 보험으로 HPV 백신을 무료로 맞았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나도 한 학기에 70만 원 가까이 내는 학교 유학생 보험으로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맨 처음 어디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몰라서 미국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어렸을 때맞아서 기억이 안 나는 건지 아님 안 맞은 건지 HPV 백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고모한테 물어봤지만 고모도 주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나는 학교 가까이에 있던 Walgreens으로 갔다. Walgreens (월그린)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러그 스토어인데 처음에는 그냥 약국인 줄 알았는데 독감주사 같은 간단한 예방접종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실 그냥 약국보다는 사진 인화도 할 수 있고, 화장품, 샴푸, 과자, 음료수까지 대부분의 생필품도 살수 있는 곳이다. 주사는 보건소나 병원에서만 맞을 수 있는 한국과 다른 시스템에 처음에는 좀 의심?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를 빨리, 자주 만나기 어려운 미국에서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Walgreens 맨 안쪽에 약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HPV 백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내 정보와 병력을 조사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학교 보험카드를 보여줬다. 그리고 보험이 되는지 물어봤다. 이미 미국 응급실에서 엄청난 돈을 청구 받고 보험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내 보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난 백신을 맞는데 돈을 내지 않아도 됐다! 한국에서는 한 번에 20만 원인데!! 괜히 행복했다. 공짜는 역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렇게 난 맨날 비싸다고 뭐라 했던 학기당 $700 짜리의 보험을 두 번째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건 나중에 한국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내 한국 보험료가 한 달에 10만 원 이상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필수라고 했던 내 미국 보험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HPV 백신은 총 3번을 맞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했을 때 한국에는 가다실이 4 도 있고 9 도 있어서 미국에서는 어떤 걸 맞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나는 가다실 9을 맞았다. 주사 맞을 때 나한테 따로 뭘 묻지 않아서 그냥 맞았는데 서류를 확인해 보니깐 가다실 9 이었다.
HPV 백신은 1차 맞고 2달 뒤 2차, 그리고 4달 뒤 3차까지 총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나는 1차는 1월, 2차는 3월,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3차는 7월 말에 맞아야 했다. 하지만 방학이라 한국에 나와서 8월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7월에 맞을 수 없었다. 처음에 시간을 생각하지 못하고 맞아서 3차 주사의 예상 접종 날을 계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2차 백신을 맞을 때 4개월이 지난 후에 맞아도 괜찮다고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서 미국 입국 다음 날 바로 맞았다. 그래서 나는 3차 백신을 원래 예정일로부터 약 3주 뒤에 맞게 되었다.
1차, 2차, 3차까지 접종을 다 하고 마음 편히 있었는데 갑자기 보험회사에서 메일(우편)이 왔다. 200달러를 내라고. '뭐지? 보험에서 다 되는 거 아닌가? 이번에는 보험처리가 누락된 건가?'라고 생각하며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결과적으로 200달러는 내야 한다고 했다. 보험회사 상담원이 보통 백신 주사는 1번만 보험에서 인정해 주는데 나는 2번을 인정을 받았다고 운이 좋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쿨하게 200달러를 냈다. '내가 운이 좋은거래' 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나중에 미국에서 가다실 접종하신 분의 블로그 글을 봤는데 그분은 보험에서 3차까지 다 인정을 받았다고 했다. '아 내 200달러.... 나 보험료 600달러씩 냈는데....' ㅠㅠ
좀 아쉬웠지만 한국보다는 저렴하게 맞아서 나쁘지 않았다.
HPV 백신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맞는 주사다. 한국에서는 '자궁경부암 주사'라고 불려서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남자가 맞으면 더 예방효과가 있다고 들었다. 최근에 남자 연예인이 가다실 9 광고하는 걸 보고 요즘 남자도 HPV 백신을 맞게 많이 홍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혹시 미국 유학생 중에 백신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남자도 여자도 조금 더 저렴한 미국에서 맞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학교에서 매년 독감 예방주사로 무료로 맞춰준다. 학교에 있는 널싱 센터에서 독감을 주사를 맞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독감주사를 따로 맞은 적이 없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독감 주사를 맞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사를 안 맞으려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지낸 첫 겨울에 감기을 걸렸다.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침을 일주일 동안이나 해서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았다.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폐가 아프고 머리가 흔들리는 거 같았다. 이렇게까지 심하게 기침을 해본 적이 없어서 겁났다. 보통 이럴 경우에 한국에서는 바로 병원을 갔을 텐데 여기는 미국이었다. 의사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 미국! 내가 기침할 때마다 친구들이 너무 걱정해서 그때는 진짜 나도 엄청 무서웠다. 그래서 그 뒤에 바로 독감 백신을 맞았다. 미국에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몇만 명씩 된다고 하니깐... 그땐 정말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