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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Oct 11. 2017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다
읽는 것이다

실시간 장소 검색 급상승어로 본 2017년 대한민국

지도를 '본다?' 지도를 '읽는다'


우리는 흔히 지도를 '본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장소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찾아갈 때 지도를 '본다'라고 하지 '읽는다'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도의 사전적 의미를 확인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지도를 '지구 표면의 상태를 일정한 비율로 줄여, 이를 약속된 기호로 평면에 나타낸 그림'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지도는 지리정보를 기호로 형상화하여 표현한 그림인 것이다. 그림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도를 '본다'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에서 벗어나 지도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지도 위의 한 장소는 단순한 위치 정보만을 담고 있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지도 위의 한 장소는 정치, 문화, 경제, 사회 등 우리 생활의 다양한 현상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면, 평면적이었던 지도는 입체적으로 바뀐다. 다시 말해 지도를 '읽어보면' 위치 정보를 넘어선 우리 생활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 브런치에서는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매월 실시간 장소 검색 급상승어로 떠오른 키워드들을 통해 지도를 '읽어'보았다. 매월 선정된 검색어들을 나열하고 보니, 2017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2017년 상반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새로운 의미의 지도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 * 자료출처 : 2017년 1월 ~ 8월 카카오맵 장소 검색 키워드 분석 ]




1월 : 가회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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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의 실시간 장소 검색 급상승어는 ‘가회동 성당’이었다. 2017년 1월 19일, 배우 겸 가수 비(정지훈·35)와 배우 김태희(37)는 이곳 가회동 성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결혼식은 가장 가까운 지인, 가족 등을 포함한 100여 명 안팎의 소박하고 조용한 결혼식이었다. 사실, 스몰웨딩의 흐름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화제가 됐다. 강원도 밀밭에서 식을 치른 배우 원빈과 이나영 부부, 제주도 자택에서 친구들과 식을 올린 가수 이상순, 이효리 부부의 결혼식이 스몰웨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 자극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고 소박한 식을 추구하는 스몰웨딩뿐 아니라 예식 비용을 전액 기부하는 윤리 웨딩, 결혼식 소모품을 로컬 푸드와 공정 무역 제품으로 선정한 에코웨딩도 그 맥락을 함께 한다. 1월의 실시간 급상승 장소 검색어에 오르내린 가회동 성당을 통해 '결혼식'에 대한 우리의 의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월 : 포항우방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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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실시간 장소 검색 급상승어는 ‘포항우방아파트’다. 2월 포항우방아파트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지도 검색을 통해 '포항우방아파트'를 검색하면 '포항우방타운'이 결괏값으로 나오지만 검색 급상승어의 주인공은 아니다. 실제 주인공은 지난 2월 포항 지역 주택조합아파트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연일스카이 우방아이유쉘'아파트다. 사람들이 해당 검색을 '포항우방아파트'로 한 결과로 유추할 수 있다. 지역 주택조합 사업은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거나 전용면적이 80㎡ 이하인 주택을 한 채만 소유한 사람을 조합원으로 구성해, 이들이 직접 토지를 구매하고 시공사를 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을 뜻한다. 이 사업은 대형 건설사의 대규모 금융조달 없이 조합원이 스스로 선택해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이라, 기존의 부동산과 내 집 마련에 회의를 느꼈던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2월의 장소 검색 급상승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일,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지역이 떠오르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지도를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




3월 : 삼릉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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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검색창을 뜨겁게 달군 장소는 ‘삼릉초등학교'였다. 삼릉초등학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삼성동 사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을 앞두고 삼릉초등학교와 그 주변을 둘러싼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제 각각이었다. 자녀들을 삼릉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불편을 격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삼성동 일대가 들썩였던 3월의 급상승어는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대중의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4월 : 덕송내각고속화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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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송내각고속화도로가 개통된 지난 4월, 이에 관련한 검색어가 급상승했다. 남양주시 별내동과 진접읍을 잇는 이 도로는 완공 전부터 지역민과 아니라 경기, 강원권을 여행하는 도심 여행객의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춘천고속도로이나 국도 46호선을 이용할 때 상습 정체되던 구간이 덕송내각도로가 개통되면서 다소 원활해질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최근 해외여행 못지않게 국내 여행지의 인기 또한 치솟는 추세 속에서 서울과 가까운 경기, 강원권이 주말만 되면 극심한 정체로 진통을 앓는 요즘, 주말의 리듬을 바꿀 수도 있는 ‘뉴페이스’ 고속도로는 중대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5월 : 금송힐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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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여러분, 금송힐스빌에 살아서 참 좋았습니다’라고 적힌 답례떡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실제 5월의 실시간 급상승한 검색 장소는 답례떡 케이스에 적힌 ‘금송힐스빌’이었다. 이곳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로 떠나기 전까지 머물렀던 홍은동 사저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떠나는 풍경은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2017년 5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이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6월 : 숭의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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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학교폭력 이슈로 검색어를 뜨겁게 달군 숭의초등학교가 여전히 진실공방에 휘말리고 있다. 재벌 손자, 연예인 자녀가 가해자일 가능성과 학교 측의 축소 및 은폐 시도에 대한 정황이 지금 이 시간에도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재벌 손자를 가해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피해 학생 어머니는 심의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학교 측은 재벌 손자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재심 결과도 왜곡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7월 : 황우지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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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마을 주민들이나 사진작가들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도의 ‘황우지해안’. 지난 7월 휴가를 앞두고 가장 화제가 된 장소 검색 급상승어는 흥미롭게도 바로 이 황우지해안이었다. 황우지해안뿐 아니라 죽굴도, 격렬비열도, 가조도 등 우리에게 낯선 장소들의 이름도 나란히 상위 검색어에 올랐다. 이 장소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누구나 아는 흔한 장소가 아닌, 생소하고 낯선 지역이라는 것. 이는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심리가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들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들여 찾아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휴가지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8월 : 비금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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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8월의 열기를 피해 떠난 휴가지에서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나 횡포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8월의 급상승어로 떠오른 비금계곡의 연관검색어는 바로 '자릿세'였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비금계곡은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여름휴가 명소로 손꼽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앞두고 한 언론을 통해 비금계곡 인근 식당 주인들의 자릿세 횡포가 점점 심해진다는 내용이 조명되었다. 이들은 평상을 대여해주거나 돗자리를 빌려주며 음식을 끼워 파는데, 이때 피서객들은 원하든 원치 않던 ‘그늘값’을 내야 편히 쉴 자리를 얻을 수 있다. 8월 성수기 높아진 휴가지에 대한 관심만큼, 휴가지 자릿세에 대한 논란 또한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지도를 통해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세상을 읽을 수 있다. 



Move & Kakao 브런치 매거진은 선정한 주제에 맞춰 매주 연재됩니다.

누구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발행 목차를 정리하였습니다. 이미 발행된 콘텐츠들은 아래 목차의 링크들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Move & Kakao 목차

Intro시작 [ Move, 움직이다 ]
 - Move & Kakao
 - Move의 의미

Chapter 1 [ Move, 이동하다 ]
 - 사용자들이 말하는 카카오의 이동
 - 빅데이터로 본 이동의 인사이트 (상)
 - 빅데이터로 본 이동의 인사이트 (하)
 - 민족의 이동, 추석
 -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다, 읽는 것이다 (본글입니다)
 - 제주에서의 맛있는 하루

Chapter 2 [ Move, 변화하다 ]
 - 생활 속 이동의 변화
 - 카카오 이동서비스의 변화

Outro 맺음 [ Move, 나아가다 ]
 - 미리 읽는 이동의 미래 : 인터뷰 
 - 맺음말 : 카카오의 Move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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