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1화>
햇살이 참 좋은 날이다. 봄날에 맞는 햇살은 언제 받아도 참 기분이 좋다. 대팔은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광합성을 하려고 팀원들과 함께 야외 카페를 찾았다. 그럼에도 오늘은 어쩐 일인지, 햇살이 참 좋다. 잠깐이라도 ‘괜찮은 하루’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신대팔, 어느덧 세일즈 매니저 13년차의 어엿한 중견사원이다. 럭셔리팀의 파트장이기도 하고, 명품 브랜드의 영업 관리자이기도 하다. 명품 브랜드 영업 관리자라고 하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겠지만, 현실은 그 브랜드의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깎아 내리고는 한다. 하지만 그 역할 또한 아무에게나 맡기는 것이 아니기에, 혜성백화점의 에이스 사원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신과장님! 오늘 미세먼지 나쁨 아니예요 나쁨? 굳이 밖에서 커피를 마셔야 되요?”
시안은 연신 파우더를 두들겼다가, 휴대폰을 봤다가 하면서 입술이 한껏 나와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날 좋은 날이 얼마나 된다구요. 이럴 때 밖에서 바깥 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하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죠 뭐. 오늘 미세먼지 보통이구만 뭐!” 휴대폰을 같이 보던 규민이 한 마디 거든다.
김시안과 박규민은 모두 럭셔리팀의 팀원이다. 신대팔과는 파트장과 파트원 사이이며, 시안은 화장품 세일즈 매니저, 규민은 시계와 쥬얼리 브랜드의 세일즈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대팔은 간만에 만끽하는 여유가 즐거운 듯, 별다른 말이 없이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잠깐 휴대폰을 봤다가를 반복한다. 아침에 윤호가 대팔에게 남긴 인수인계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일까? 대팔은 윤호가 남긴 인수인계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
“어제 밤 늦은 시간에 에르누아 매장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내일 점심시간 즈음에 고객님 한 분이 상담실을 방문할 수도 있을 거라고 하네요. 교환을 요구하는 손님인데 에르누아 측에서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돌려보냈다고 하고, 아마 내일 점심시간에 맞춰서 상담실에 가겠다고 했는데 내일 제가 쉬는 날이라 대팔 과장한테 부득이하게 메시지를 남겨요. 미안해요!”
신대팔과 허윤호는 각각 1층과 2층의 파트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이 업무를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움직이는 덕분에 럭셔리팀이 이제까지 승승장구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팔은 윤호의 메시지가 영 신경이 쓰였다. 고객이 꼭 시간을 맞춰서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꼭 평화로운 날에 그 분위기를 깨는 일이 생기지 않던가. 마치 그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띠리리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리리리링
커피 향과 햇살 사이를 가르며, 날카로운 벨소리가 공간을 자른다.
대팔은 스마트폰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는 짧게 한숨을 쉰 다음, 전화를 받았다.
“네. 명품 세일즈 매니저 신대팔입니다.”
“과장님. 상담실 친정한 대리인데요. 고객님 한 분께서 얼마 전에 에르누아 매장에서 구매를 하시고는 며칠 있다 보니까 상품이 마음에 안드셨나봐요. 그래서 매장에 교환을 요구하시러 가셨는데, 에르누아 매장에서 고객님께 너무 원론적으로 응대를 해서 고객님이 기분이 많이 상하셨대요. 매장 측에서는 상품의 사용한 흔적이 있는데, 브랜드에서는 상품의 사용 흔적이 있으면 환불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고객님께 계속 안된다고 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상담실에 와서 지금 30분째 본인 이야기만 하고 계세요. 백화점 담당자를 불러달라고 하는데, 백화점 담당자가 와도 안된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계속 요구를 하시니까 저희가 어쩔 수 없이 과장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나는 무슨 답변을 해야할지 빠른 상황 판단을 해야할 시점이었다. 상담실 직원들이 전화기로 전달하는 상황은 간단했다.
“우리가 설득해도 이 사람이 당최 말이 안통하니, 네가 내려와서 해결해줬으면 좋겠어.”
말로는 담당부서 분들이 성의를 다해서 응대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선 잘 모르겠고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무지성 컴플레인에는 이미 환멸을 느낀지 오래였다. 하지만 대팔은 이미 백화점에서 10년을 넘게 근무한 프로답게 대답했다.
“고객님 지금 상담실에 계시죠? 제가 잠시 식사를 나왔는데, 고객님 잠시만 진정시켜주세요. 곧 갈께요.”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고는, 전화기의 종료 버튼을 조용히 누른다.
“아.. 과장님 결국 전화가 왔어요..?”
“어~ 시안아. 어쩌겠니. 너는 좋겠다. 싫어하는 광합성 안해도 되겠네!”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고는, 빠르게 백화점 상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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