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사람에 따라, 어떤 손을 내밀어야 할지 결정하는 것
장수(將帥)를 세 가지로 구분한, 고전을 읽었다.
오래돼서 제목이 기억나진 않지만, 내용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맹장(猛將)과 지장(智將) 그리고 덕장(德璋)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눴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 순서로 나열했다.
맹장은 무서워서 감히 속이지 못하는 장수다.
좋게 말하면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력한 리더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독재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빠른 결과가 나타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좋거나 매우 나쁜 경우가 많다. 구성원과 의견이 맞으면,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끌려가는 형국이라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지장은 지혜로워서 도저히 속일 수 없는 장수다.
‘눈치가 백 단이다.’라는 말처럼, 눈만 쳐다봐도 다 알 것 같아, 사실 그대로 말하게 된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모습은 아니지만, 그 논리가 명확해, 설득되는 리더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다른 의견을 가졌지만, 말을 들으면서 설득이 되고 그렇게 따르게 된다. 리더가 구성원들보다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는 모습이다. 좋은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이런 리더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덕장은 차마 속일 수 없는 장수다.
맹장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고, 지장처럼 지혜로운 것도 아닌 좀 어정쩡한 모습이다. 구성원들이 마음으로 따르는 것으로, 저자는 이 리더를 가장 이상적인 리더로 꼽았다. 필자도 그렇게 받아들였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 생활을 오래 경험하면서, 그 의미를 재해석하게 되었다. 리더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람이 참 좋다.’라고 하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다는 좋은 의미로 통용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만 좋다.’라는 의미로 변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사람은, 나쁘지는 않다는 의미로 말이다.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나 공동체에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에 따라, 리더십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공동체는 구성원이 모여야 만들어지듯, 리더십은 구성원에 따라 달라야 한다.
처음 만들어져 방향을 잡지 못하는 구성원이라면, 맹장의 모습으로 진두지휘해야 한다. 이때 의견을 듣겠다고 모아놓는다면, 의견만 분분할 뿐, 아무런 결과를 낼 수 없다. 방향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답을 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덕장의 모습으로 포용하고 나아가야 한다. 실질적인 일을 하는 데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도록, 가지만 쳐주면서 지켜봐 주면 된다. 그들을 가둬놓고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면, 앞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만, 뒤돌아서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게 된다. 잡음이 많아진다.
상황이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듯, 한 가지 리더의 모습으로 한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황에 따라 접목해서 리더의 모습을 발휘해야 하는데,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장의 모습이다. 리더라면 기본적으로 지장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관련된 분야의 경험과 지혜를 갖춰야 하는 것은, 리더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장의 모습이 없다면, 맹장과 덕장을 접목한다고 해도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없다.
지장의 모습이 없는 맹장은,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다.
무조건 돌격 앞으로 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때와 서야 할 때를 알지 못하면 다 같이 죽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지장의 모습이 없는 덕장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터지는 산발탄과 같다. 방향을 제시해 주지는 못하고 인자한 미소만 짓는 모습에서 구성원들은 속이 터진다.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구성원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