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Jun 29. 2022

겨울나무

사람을 안다는 것은

사람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삶을 안다는 것은

삶이 시작될 때 끝도 있음을 안다는 것이다


시린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겨울나무,

그도 처음에는

바람이 무언지 몰랐던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 외에 도리 없음을

나무는 이제

가끔 찾아오는 노란 머리 검은 새에게

바람을 닮은 노래를 불러달라고

겨울을 견뎌내려고

바람도 그저 들판을 달려가는 것일 뿐

밤하늘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는 건

설움에 흐느끼는 눈물의 반사광일 뿐


우주가 온통 칠흑처럼 어두운 건

우주도 우주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푸른 잎사귀들

세찬 여름 소낙비에

조잘대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며


사람을 몰라도

삶을 몰라도

사랑은

매냥 약속을 지키는 겨울바람 같은 것이라며


한 여름,

땀 흘리며 서 있는

겨울나무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거실 유리창문의 블라인드를 걷는 것입니다. 블라인드를 끝까지 올리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내게 '굿모닝' 이라며 인사해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집 앞 발코니 앞에는 단풍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겨울 동안 차가운 눈과 비를 늘 맞으면서도 묵묵하게 서 있는 나무였는데 어느새 푸르른 빛을 뿜으며 봄과 초여름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가끔 산비둘기와 캐나다 참새가 내려앉기도 하고, 들쥐와 청설모가 주변을 서성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어느새 저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언제나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나무는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그저 나를 지켜보기만 할 뿐입니다. 기다림을 기다림으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인내를 인내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계절의 변화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푸른 잎도 틔우고,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기도 하고, 벌레에게 수액을 뺏기기도 하지만 그 또한 괜찮다며 씩 웃는 나무의 미소를 볼 수 있으니 나는 진짜 나무의 친구가 된 기분입니다...


한 겨울, 눈을 맞고 있는 나무
봄 비 내리던 어느 날의 나무
오늘 찍은, 싱싱한 푸른빛 내뿜는 내 친구 캐나다 단풍나무



이전 19화 가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