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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남편을 만난 부인의 팔자

귀곡산장 체험 이야기




동물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남편은

19살에 동물 관련 창업을 했다.


그런 남편을 스승으로 삼다 결혼까지 하게 된 나는 남편이 하는 일에 절대적인 지지자를 자처했고, 그래야만 했다.


어떤 사람들에겐 박사란 인간들은 우아하게 책상에 앉아 논문이나 보며 콧대 높게 잘난 체 한다 생각할 스도 있겠지만.. 물론 책상에 앉아 논문만 파고 들어도 머리 터질 것 같지만ㅜㅜ 우린 거기에 이런 것들도 더 해야 했다.


- 남들 다 하는 식사도 못하고,

- 남들 다 잘 때 야산에 멧돼지를 만나 숨죽이며 숨어있어야 하고,

- 예민하고 격양된 감정의 동물 보호자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가며 어르고 달래고 알려드릴 것도 많았다.


그래야 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살아있는 생명인 동물은 종이 속 몇 글자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인간을 알려면 동물을 알아야 하고,

그 동물을 알기 위해서는

그 동물의 야생 버전인 근연종, 더 나아가 해양 생물과 날씨와 계절을 넘어서 우주의 법칙까지 알아야 했다.


그러니 어떤 분야는 책상에 앉아 논문만 파고들어도 될 수 있겠으나, 우리들은 낮이고 밤이고 야생으로 나가야만 했다.



새벽에 귀곡산장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동물 사체 보는 건 예삿일이고..


실제 사람이 연달아 죽었다는 산속 폐가에 새벽 수색을 나가는 일도 있었다.


한여름인데도 이상하게 그 폐가만 냉골이었고, 폐가 밖은 무척 더웠던 기억이 난다..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개 같은 남편을 만난 덕분에 새벽에도 실종 동물 수색 나가는 일은 잦았다. 하하


덕분에 하루 종일 굶다 밤 12시, 새벽 1시에 겨우 분식이나 편의점 라면으로 첫 끼니를 때우고 기절하듯 잠들거나, 샤워하다 코피 흘리는 일도 잦았다.


왜 밥을 안 먹었냐고?

야생에선 여자들은 화장실 가는 것도 적지 않게 귀찮은 일이고, 집중해야 하는데 밥 먹는다는 것도 우리에겐 상당히 방해가 되었으니까.


그냥 노예원이란 인간의 팔자가 그런가 보다~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려고 노력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시점이 왔다.

귀신같이 숨은 동물들을 찾으려면 무릎도 까지고 옥상부터 지하까지 야밤에도 못 가는 데가 없어야 한다.



영화로도 나온 살인 사건으로 유명한 모 지역..

그것도 야밤 수색 시에는 허가 아래 들어간 빈집에서 죽을뻔한 적도 있다.


정말 원혼이라도 있는 걸까?

바람도 안 부는 데 갑자기 천장이 무너져 내려 남편이 나부터 급히 대피시켰기에 겨우 살아남은 적도 있다. ㄷㄷ


남편은 국가대표를 목표로 기계체조 도 대표 선수까지 했던 사람이라 다행히 다친 곳 하나 없이 탈출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우린 혹시 모를 사고와 추적 방향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착용했다. ㅜㅜ


(남편이 어릴 땐 3층 옥상에서 자전거 타고 뛰어내려도 살아남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시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로 불려 가셨다고 한다. ㄷㄷ


워낙 특이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생기니..

남편이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겼던 이야기들만 풀어 드라마를 만들면 아마 작가님도 과한 설정이라면 욕먹을지도 모를 정도다.)



이곳에서도 동물 사체를 마주했다.


실제 이날 죽은 새끼 고양이를 만났는데..

수색 시간이 촉박해 안타깝지만 묻어주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그 고양이가 며칠 동안 꿈에 나오는 바람에ㅜㅜ 다시 날을 잡아 업무가 끝난 새벽에 왕복 4시간 운전해서 무사히 묻어주고 온 일도 있다.


(아가.. 부디 좋은 곳에 잘 가렴..^^)



주로 밤에 수색해야 찾을 확률이 높다는 데이터를 확보한 후로 새벽 수색이 잦았다.


집을 잃어버려 당황할 동물과 그 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가족분들의 애타는 마음을 녹이고자 야밤 시야 확보를 위해 적외선 카메라에, 드론 자격증을 따서 허가 가능 지역에선 드론까지 동원해서 동물의 심리를 분석해 수색을 진행했다.


고도의 집중력과 고양이 행동 심리로 무사히 아이를 구조한 날.


게다가 낮엔 기존 업무에 대학원 과제. 수업. 시험까지.


남들이 티브이에 넷플릭스 보고 술 담배 주말에 친구 만나 수다 떨 시간에 우린 이런 것들을 해왔다..^^


(그래서 나는 10년째 티비 리모컨을 잘 다룰 줄 모른다. 쓸 일도 없거니와, 무슨 리모컨이 폰보다 더 복잡해 보이니 허허)  



다행히 지도교수님부터 다른 교수님들까지 모두 훌륭한 분들만 계신 덕분에 배움도 컸고, 감사하게 배려도 많이 해주신 덕분에 지방에 시아버지까지 케어하며 수도권에서 우리 본업에, 학업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누가 보기엔 나이 들어 무슨 개고생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어차피 인간의 삶은 고통을 피할 수 없기에..

고생만 한다 생각하면 억울해서 살 수 없으니, 살기 위해서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잘 살아남는 법을 찾아나가는 게 인생의 주요 과제가 아닌가 싶다.


세상 만물은 하나로 통한다고 했던가.


그때의 그 본질에 대한 가르침과 깨달음이

다행히 종갓집 맏며느리 시집살이 도장 깨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




그 방법과 노하우를 제 브런치 구독자 선생님에 한해 소소하게 소모임을 통해 풀어볼까 합니다.


현재 무리한 일정 때문인지 감기에 걸려버렸는데요..

감기도 낫고 이달 봉사 일정들도 무사히 마무리되는 데로

소모임 공지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부디 감기 조심하세요!! ㅜㅜ








https://naver.me/xSN4Dd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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