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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과 아나운서 Jul 09. 2021

하예라! 내 소중한 사랑이여

공존의 이유 23

소용돌이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삶은 고뇌의 신기루입니다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도
금세 사라지고 마는 빛의 허상(虛狀) 같은 것

흠뻑 들이마실 수 있을 것 같아도
전부 채워지지 않는 꿈의 샘터 같은 것

영롱했던 삶의 무지개가 언제나
찬란한 기억의 문양만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제는 알아요

휘청거나 넘어지거나
온전치 못한 순간의 모습들도
혹여 남루한 초상으로 서 있을지라도

허탈한 마음 깃들지 않게
옷깃에 흐르는 체온은 더 따습도록

살뜰히 여미기로 해요

정다웠던 추억은 따스한 손의 기억이었음을

인생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어
사부랑사부랑 소박한 것들로

담뿍 채워 갈 수 있다는 것을

뜨락 너머, 

보이지 않는 저 들판에서도
당신과 내가 맞잡은 두 손의 천향(天香)을 

잊지 말기로 해요

따스한 손의 기억,
오래도록 멸되지 않 소망하는

향기로운 억들이여


하예라!

내. 소. 중. 한. 사. 랑. 이. 여.





*[덧]

- 사부랑사부랑: 물건을 느슨하게 묶거나 쌓아놓은 모양.

- 천향(天香): 매우 좋은 향기.

- 하예라: 예쁘게 하늘을 닮으며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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