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유주얼 텍스트픽 #3 (Feat.Mr Gray)
매거진 언유주얼에서는 좋은 글을 모아 여러분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언유주얼 텍스트픽! 텍스트픽의 선정 대상은 미등단 미출간, 즉 초야의 실력자들입니다.
실력자들의 글을 감상하고 그 중에서도 좀더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 에디터가 이 글을 선정하게 된 배경 또는 감상을 짧게 코멘트와 함께 소개하는 코너인 것이죠.
오늘은 브런치 작가 Mr Gray 님의 글에서 골라 봤습니다.
우선 두 개의 냄비에 물을 올린다.
하나는 메추리알 삶기, 다른 하나는 멸치 국물내기 용이다. 맹물에 조려내도 되지만 멸치 국물에 조릴 경우 감칠맛이 더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너덜너덜해지는 멸치를 보고 있자니 하얗게 불태우던 직장생활이 떠오른다.
오늘 이 반찬, 반드시 맛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세상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보통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 준 밥이다.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면 불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 모습과 씽크대에 높이 쌓일 그릇들이 떠올라 숨이 막힌다. 아름답고 싱싱했던 재료들이 잘못된 요리사를 만나 정체 모를 무언가가 되어 초라해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편집자란 여행을 가는 것보다 여행과 관련된 글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요리는 싫어하지만, '요리'와 관련된 글은 좋아한다. 쿡방이 대세가 된 이 시대에 어째서 '쿡 라이팅'은 대세가 되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쿡 라이팅'은 단순히 레시피를 적어 놓는 것이 아니다. 영상과 이미지로는 담을 수 없는 요리하는 사람의 사유가 담겨야만 진정한 '쿡 라이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흰 쌀밥과 짭쪼름한 메추리알 장조림이 먹고 싶어 지는 글 한 편을 소개한다.
그는 메추리알 장조림을 만드는 데 너덜너덜해진 멸치를 보며 '하얗게 불태우던 직장 생활'을 떠올린다.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아침 일찍 반찬을 만드는' 그는 갈색빛으로 물들어 탱글탱글하게 빛나는 메추리알을 보며 결국 소소하고 작은 성취들이 우리를 작동시킨다고 말한다. 동감해 마지 않는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며 메추리알 장조림을 먹는다면 또 하루를 버틸 힘이 날 것 같다. 물론 사서 말이다.
- 에디터 김유라, 언유주얼 매거진
김유라 에디터는 언유주얼 매거진의 <페이크 인터뷰> <언유주얼 디스커버리> 코너를 기획하고 작성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매거진을 표방한다. 소설 수필 시 영화 음악 전시 사진 공연 뭐든 '내 얘긴데' 하는 얘기들을 빠짐없이 모을 것이다.
언유주얼 브런치엔
에디터들이 픽한 언유주얼픽이 올라간다. 인스타그램에 줄곧 소개하고 있는 이미지픽을 비롯하여, 브런치를 비롯 인터넷에 공개되는 미등단 미출간 작가의 좋은 글을 소개하는 텍스트픽, 주단단 칼럼니스트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명화픽도 준비된다.
아무쪼록
우리 같이 좋은 거 보고 재미나게 살자. 우리들의 an usual한 하루가 unusual하게 느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