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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유주얼 Apr 28. 2020

닭다리를 양보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언유주얼 텍스트픽 #4 (Feat.스미쓰)  

매거진 언유주얼에서는 좋은 글을 모아 여러분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언유주얼 텍스트픽! 텍스트픽의 선정 대상은 미등단 미출간, 즉 초야의 실력자들입니다.


실력자들의 글을 감상하고 그 중에서도 좀더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 에디터가 이 글을 선정하게 된 배경 또는 감상을 짧게 코멘트와 함께 소개하는 코너인 것이죠.


정말 좋은 이야기는 몇 번이고 보아도 여전히 좋고 기다려지죠. 오늘은 브런치 작가 <스미쓰> 님의 글에서 골라 봤습니다.

 




닭다리 두 개를 먹는다는 것은
한국의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투 룸 빌라에 친구와 함께 사는데, 그 친구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어느 날 친구와 둘이 유명한 치킨집에 가서 통닭을 시켰다. 그 가게는 통닭이 나오면 테이블로 가져와 먹기 좋게 부위 별로 찢어 주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친절했던 아주머니께서는 닭다리를 각자의 앞접시에 놔주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자신의 앞접시에 놓이기 직전의 닭다리를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저는 다리 안 먹어요." 그렇게 닭다리 두 개가 나에게로 왔고 나는 그 순간 얘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치킨'에서도 '닭다리'가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도 일품이지만, 뼈에서 살을 발라먹기 매우 손쉬운 편리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귀한 부위는 치킨 한 마리를 먹는 인원이 2인 이상일 때 필연적으로 눈치 게임에 들어가도록 만든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아주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닭다리를 양보하며 권하는 사람이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지금은 당연하게 닭다리 두 개를 차지한 아이 역시 언젠가는 자라서 누군가에게 닭다리를 양보하는 어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려면 아이들에게는 한때나마 닭다리 두 개를 모두 독차지 할 수 있는 시절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대할 때 조금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 에디터 김유라, 언유주얼 매거진




김유라 에디터는 언유주얼 매거진의 <페이크 인터뷰> <언유주얼 디스커버리> 코너를 기획하고 작성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언유주얼은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매거진을 표방합니다. 소설 수필 시 영화 음악 전시 사진 공연 뭐든 '내 얘긴데' 하는 얘기들을 빠짐없이 모을 것입니다.


언유주얼 브런치엔 

에디터들이 픽한 언유주얼픽이 올라갑니다. 인스타그램에 줄곧 소개하고 있는 이미지픽을 비롯하여, 브런치를 비롯 인터넷에 공개되는 미등단 미출간 작가의 좋은 글을 소개하는 텍스트픽, 주단단 칼럼니스트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명화픽도 준비됩니다.


우리 같이

좋은 거 보고 재미나게 살아보자고요. 우리들의 an usual한 하루가 unusual하게 느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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