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누나 May 15. 2023

강아지가 아픈 이유는 따로 있다.

견생 10살이면 아픈 곳이 생긴다. - 3

효과 없이 동물 병원에 갖다 준 돈


코코가 6살이 넘어가며 슬슬 아픈 곳이 생겼다. 원래는 슬개골 탈구 외에는 괜찮았는데 눈에 다래끼처럼 염증이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되어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돈을 마구 썼다. 5일에서 7일 정도 약을 먹으면 괜찮아졌고 잠시 나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져 병원에 다니기를 1년 이상 반복했다. 그리고 한동안 괜찮길래 정말 다 나은 줄 알았다.      


나의 착각이었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보호자가 얼마나 신경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와 결과가 생긴다. 아마 나는 무디고 부족한 보호자가 아닐까. 반복적으로 비슷한 병명으로 동물 병원에 갔으면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법도 한데 집안일 때문에 신경을 덜 썼고, 수의사니까 나보다 낫겠지라며 꽉 믿은 결과 코코의 눈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이사하고 한동안 괜찮았던 눈에 또 염증이 생겼고, 결국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무렵에는 집안 문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판단력이 조금 생겼다.     


코코의 눈을 보며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인터넷 글이 생각났다. 강아지를 키우며 우연히 ‘강아지와 관련된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때 보았던 수많은 글 중 ‘강아지 안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을 읽었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안과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가본 동물 병원 안과     


최근 우리나라 동물 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병원의 폭발적인 증가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 수준 향상, 경기 불황 등이 동물 병원의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다. 예전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병·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수의계도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고 있고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병원보다 ‘전문 진료 동물 병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그러한 병원이 생기고 있다.      


그렇다고 보호자가 느끼기에 전문화된 병원이 많으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아직 주변을 보면 모든 부분을 다 보는 병원이 주류이고, 전문 병원을 가려면 멀리 갈 수밖에 없다. 안과도 그렇다. 경기도 남부에 사는 내가 갈 수 있는 선택지는 서울, 평촌 정도였는데 둘 다 멀어서 고민되었다.      


평촌으로 거의 가닥이 잡혔다가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서 고향인 수원에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다행히 예전에 살던 동네에 종합병원처럼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생겨 그곳으로 갔다.     

   

눈에 하얗게 염증이 난 코코


안과 선생님은 코코의 상황과 눈을 보시곤 두 가지 가능성을 말씀해 주셨다. 그 첫 번째는 눈물샘이 막혀있는 병이다. 이 경우 특히 겨울에 하루 세 번 10분씩 총 30분 동안 눈에 찜질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강아지가 얌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이거면 좋겠다고 계속 마음속으로 빌었다. 두 번째는 호르몬 이상이다. 이 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약값을 보여주셨는데 한 달에 약 20만 원이 들어간다.    

 

의사 선생님은 첫 번째이길 바라지만 코코의 코 색과 눈 안쪽 색을 지적하시며 호르몬 이상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셨고 검사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 코코는 첫 번째 경우였다. 눈물샘이 막혀 자꾸만 눈에 뭐가 나는 거라고 했다. 여름엔 그나마 괜찮은데 겨울엔 건조하고 추워 더 자주 발병하니 찜질을 해주라고 했다.      


미션 : 강아지에게 눈 찜질하기


우선 찜질기를 사야 하는데 작은 강아지 눈에 뭘 붙여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뜨겁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서 고민하고 고민하다 다이소에 무작정 갔다. 다양한 물건을 팔 테니 뭐라도 있을 거라는 한 가닥 기대를 하고! 다행히 사람 눈에 붙이는 찜질팩이 있었는데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살짝 뜨끈해지는 물건이었다. 거기에 하얀 손수건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찜질팩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고 손수건에 싸서 코코를 달랑 눕혀 찜질을 시작했다. 처음엔 바둥댔는데 코코가 기본적으로 얌전하기도 했고 약간의 힘으로 순조롭게 잘 찜질을 되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의사 선생님이 말한 눈에 막이 터지며 염증이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얌전히 찜질받는 코코


솔직히 이게 통할까 싶었는데 통했다. 어이없게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동물 병원을 그렇게 많이 다녔는데 안과에 한 번 온 거로 해결되었다.      


이 일로 때론 다른 사람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기사 출처 : 수의사신문 데일리벳 (https://www.dailyvet.co.kr/interview/162769)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 개인 소장


     


                     

이전 13화 사람처럼 강아지 눈에도 다래끼가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