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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l 06. 2020

나비라고 불리던 너

4살의 너는...

2장. 너로 눈부셨다

 

딸아, 어렸을 때 기억나니? 벌써 잊었니? 엄마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너와 있었던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진다. 우리, 행복했던 시간도 참 많았지? 엄마 팔의 반 만했던 아이가 꼬물꼬물 자라서 이제는 엄마 키만 해졌다. 너의 힘이 느껴졌던 그 순간을 엄마가 찾아볼게. 이 순간들은 사실이니까 꼭 기억하렴. 너라는 사람을 찾을 때 유용하게 쓰일 거야.

         

1. 나비라고 불리던 너   

       

4 살 때 너를 나비라고 불러주신 분이 있었어. 기억 안 나지? 우리 집 앞에 나가면 옆에 생선구이집 사장님이 계셨어. 생선구이 기계가 밖에 있다 보니 늘 나와 계시는 일이 많았지. 사모님도 식당일 마치시고 나면 꼭 밖에서 쉬셨는데 네가 오갈 때마다 반갑게 웃어주셨어. 그분들에게도 너와 비슷한 또래 아들이 있어서 귀엽게 봐주셨단다.


 하루는 네가 책이었는지, DVD에서 봤는지 나비가 되고 싶다는 거야. 어떻게 할까 엄마랑 머리를 굴리다가 세탁소에서 옷 돌려주실 때 씌우는 비닐커버가 생각났어. 옷에 걸쳐있던 두 개의 비닐을 벗겨서 아래쪽끼리 묶어 팔에 끼우니 투명 날개가 되더라. 우리는 신 나서 ‘우와’ 소리 지르며 신났지. 너는 그 투명 날개에 사인펜으로 날개 무늬처럼 화려하게 그림도 그려줬어. 다시 날개를 끼고는 두 팔을 펄럭이며 날갯짓을 했지. 너는 정말 나비가 된 듯 좋아했었단다.     

 오후에 아빠가 쉬는 날 이용해서 어린이 대공원 가기로 했어. 지하철로 이동할 거라 준비하는데, 네가 그 날개를 입고 가겠다는 거야. 때는 바야흐로 한여름이었거든. 반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니 엄마의 기억대로 여름이 맞아. 한번 하겠다고 하면 쉽사리 마음을 바꾸지 않는 너임을 알기에 고민했다.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보면 엄마는 창피하겠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 더운 날, 비닐을 상체에 두르고 있으면 땀이 찰 텐데, 그것이 너의 몫이었다. ‘쓰고 다니다가 더우면 벗겠지’라는 생각으로 오케이 하며 집을 나섰어.

      

 투명 날개를 쓰고 밖으로 나온 생선구이 집 사모님이 너를 보자마자 “어머, 나비가 되었네. 나비야~~” 부르셨단다. 그 날부터 너를 볼 때마다 예쁘게 나비라고 불러주셨어. 동물원에 가서 어땠는지 궁금하지? 너는 투명 날개를 한시도 빼지 않았다. 땀이 나고 투명 날개에 습기가 차도 절대 벗지 않았지. 덥지 않다며, 괜찮다며 말이야.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보고, 귀엽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더울 텐데 저런 걸 입히나 하며 엄마를 의아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중요한 건 너였기에 신경 쓰지 않았어. 너는 너무나 행복했거든. 곰, 원숭이, 사자, 새들 보면서 마치 너도 나비 친구가 된 듯 행복했어. 너도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까? 4살 아이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야.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느끼는 것이 전부인 아이들이거든. 자연, 세상과의 교감이 가장 행복한 나이이지.

 앞으로도 세상 살면서 네가 원하는 것을 할 때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원하는 것을 잘 찾으렴. 네 마음 안에 너의 길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있어. 귀 기울이면 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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