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건설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각색한 에세이입니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청렴하게 일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의 공사감독관, 그들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실질적인 권력자로서 그들은 말 그대로 ‘왕’과 같은 존재다. 정부와 민간의 접점에서 공사감독관은 한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그 결과는 수십억 원의 공사비와 연결된다. 그들이 어떻게 이 권한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파헤쳐 보자.
공사감독관의 권한은 설계 내역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설계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건물의 형태, 자재의 선택, 시공 방식 등 모든 것이 이 설계 내역서에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관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짓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시공사의 조건까지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조건은 단순한 스펙 이상이다. 오랜 세월 쌓여온 인맥과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것이다.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공사는 대부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사실상 감독관의 ‘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많은 건설사들이 낙찰을 위해 경쟁하지만, 감독관은 이미 머릿속에 정해진 시공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온 건설사나 특정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이 그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찰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공사감독관은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맞춰 ‘가장 적합한’ 업체를 선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독관의 결정이 왜 문제가 될까? 그 답은 바로 ‘낙찰율’에 있다. 대한민국의 공공 공사는 대부분 약 88%의 낙찰율로 진행된다. 즉, 건설사가 제시하는 공사비가 실제 예상 공사비의 약 88% 수준일 때 낙찰된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88%라는 수치는 처음부터 ‘협상’의 대상이 되어 있다.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는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시공업자는 낙찰을 받기 위해 처음에는 88%의 금액에 맞춰 입찰을 제출하지만, 그들은 이미 이후에 보상받을 방법을 알고 있다. 이는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 사이의 묵시적인 협력 관계 덕분이다. 감독관은 시공업자가 선정된 후에 공사비 증액을 통해 12%의 부족분을 보상해 줄 것을 약속한다. 이들은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왔고, 서로의 신뢰는 그동안 쌓아온 ‘공범’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사감독관은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부터 이미 ‘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설정한 규칙과 기준을 통해 시공사를 조정하고, 입찰 과정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사비를 절감했다’라는 표면적인 명분이 그들의 방패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다. 낙찰을 받는 업체는 미리 정해져 있고, 공사비는 형식적으로만 절감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러한 관행은 건설 산업의 경쟁을 왜곡하고, 12%의 공사비를 쥐고 왕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한 구조 속에서 예산 100%로 업체에 12%를 증액해줄지, 아니면 예산 88%로 12% 손해보고 공사를 시킬지 공사감독관의 펜대에 따라 달라지며, 그들은 점점 더 깊숙이 ‘왕의 자리’에 앉게 된다.
대한민국 건축 산업의 이면에는 이렇게 감독관과 시공업자가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그들은 겉으로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 제도를 지지하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묵시적인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공사감독관의 권한 남용은 결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잠식하고,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공사감독관의 권력은 시작부터 비대했다. 그리고 그 권력은 감독관과 시공업자 사이의 묵시적 협력 속에서 더 강화되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그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