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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helger Sep 14. 2016

베를린 빌헬름 황제 기념 교회  A ~Z

베를린 2 - 슈베히텐과 아이어만

0.

'Insider TIP'


이왕이면 특별한 곳, 이왕이면 남들이 모르는 곳, 이왕이면 나만 알고 싶은 곳, 특별한 이야기, 현지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정보,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인사이더'라고 한다. 인사이더들은 가지고 있고 나는 안 가지고 있는 것, 독일 여행에서 그것은 바로 '언어'다. 내부의 소식을 알아낼 수 있는 언어능력과 그것으로 알아낸 문화와 역사, 이 인사이더 팁이 필요한 것은 베를린의 '빌헬름 황제 기교회 Kaiser-Wilhelm-Gedaechtniskirche' (1891)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이 알려주는 피상적인 지식은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으나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기 위해 그대로 남겨두고 옆에 새 건물을 지었다.",


 아이러니한 역사, 조합 한 번 신기한 건축가들의 이야기! 무엇보다 저 파란색 창문 몹시도 맘에 든다. 사실 파란색만 쫒아가는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다. 단순한 관심과 색에 끌려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 여행의 자유지! 그래서 나의  본격적인 베를린 여행은 이 파란색 창문 단 집에서 시작한다.

 


1.

프로이센이 몰랐던 로마네스크 양식.


설립 당시 이 교회의 온전한 모습. 저 북쪽 지방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에 이 건물을 지은 건축가는 서쪽 쾰른 출신의 '프란츠 슈베히텐Franz Schwechten'이다. 로마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쾰른 출신이니 신로마네스크 양식은 그에게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었고 서쪽 도시 본 Bonn에 있는 뮌스터도 로마네스크 양식일 정도로 그곳에선 흔한 양식이었다. 그러나 당시 브란덴부르크에서는 이 양식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고 하니 신기한 건물이었을 것이다.  먼 나라 넓은 나라~


왜 지었을까 이 교회?


2.

1797년 빌헬름 1세 탄생,

1813년 대 나폴레옹 전쟁 승리,


폭파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옛 교회 건물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의 왼쪽과 오른쪽에 대리석 부조 두 점이 걸려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남아있는 휘황찬란한 모자이크와는 달리 말을 탄 기사와 군인 모자를 쓰고 칼을 든 사람들 그리고 소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일색이다. 신성한 교회에서 이 무슨!!!.....                                                                                        

아돌프 브뤼트 Adolf Bruett의 작품, 1906년도 완성작,


양쪽의 이 부조에 새겨진 년도인 1797년1813년, 1870년, 1888년은 독일 역사상에서 중요한 해다. 참 많이도 보아왔던 이 년도들, 뭔가 있을 것 같다. 한 번 퍼즐을 맞추어 볼까! 

왼쪽의 1797년도 년도판을 들고 있는 부조 옆에는 군모를 쓴 사람과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다. 이 아이가 바로 탄생한 '빌헬름 프리드리히 루드비히 폰 프로이센', 일명 '위대한 빌헬름', 즉 '빌헬름 황제 1세'다.  

오른쪽의 1813년도는 나폴레옹에 대항하여 대 프랑스 해방전쟁을 벌인 해를 기념하는 것일 테고..., 그러고 보니 빌헬름이 자라서 용맹한 성인이 된 거구나...년도판을 들고 있는 모습이 늠름하니... 잘 자랐다.         



3.

1870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

1888년 빌헬름 1세 사망


교회 오른쪽 부조판에는 수염을 기른 건장한 모습의 남자가 1870년도 년도판을 들고 있다. 1870년 이전까지 아직 군소국가들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 땅이었다. 그 군소국가 중 북쪽의 신생 강국 프로이센이 나폴레옹 3세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해가 바로 1870년도다. 한낱 프로이센의 왕이었던 빌헬름이 이 곳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하고 제국의 황제로 등극한다. 그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1871년에 공식적으로 독일 제 2 제국이 출범한다. 이 1870년은 프랑스에겐 참 굴욕적인 해이지만 독일인들에게는 정말 기억할만한 자랑스러운 해였을 것이다. 빌헬름 1세는 1888년에 사망한다. 빌헬름 1세의 출생과 사망연도는 이 두 부조상의 처음과 끝 연도와 일치한다. (1797~1888) 퍼즐 완성!


                                                

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보이고,  천사가 내려오고, 가운데 앉은 빌헬름 1세 곁, 왼쪽에 '99일'동안 황제 자리에 있었던 그의 아들 프리드리히 2세와 오른쪽에 이 교회를 짓도록 한 손자 '빌헬름 2세'가 보인다.     

                                            


"빌헬름 황제 기억 교회"는 바로 빌헬름 황제 1세를 기념하기 위해, 손자인 빌헬름 황제 2세가 세운 교회다.  제 2 제국을 세운 그 위대한 빌헬름 1세에게 바치는 손자의 선물이랄까... 이 교회는 프랑스에 대한 독일의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민족주의 정신에 고취되어 만든 교회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이 교회를 폭파한 것은 작센지방을 융단 폭격한 것처럼 독일제국의 파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원한(?) 적수?



4.

새 교회,

건축가 에곤 아이어만 Egon Eiermann과  유리 예술가 가브리엘 루아르 Gabriel Loire의 합작품,

독일인과 프랑스인이라지요~


민족주의적인 구교회 옆의 새 교회는 재미나다. 위트 있고 낭만적이며 현대적이고 무엇보다 파란색 천지다. 이브 클랭의 파란색 못지않게 멋진 파란색. 1945년 파괴된 교회 옆에 들어선 신관! 안은 소박하지만 밖의 모습은 당시에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해서 '표현주의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에곤 아이어만의 작품이다. 저 파란색 모자이크 창문은 프랑스의 유리 예술가인 Gabriel Loire의 작품으로 2만 장의 유리가 저 달걀집 모양 속에 끼워졌다고 한다. 프랑스 감성인 것인가... 나를 뒤흔드는 것은!!!


또한 아이어만은 십자가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자 십자가 없는 예수상을 만든다. 그 결과 예수가 위의 줄에 매달려 십자가 없이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이로써 예수의 승천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참 독특한 예술가!


부서진 옛 교회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했다면, 독일 건축가와 프랑스 유리 예술가의 협작인 이 교회는 프랑스와 독일의 화합과 평화공존을 상징하는 몸짓이다. 고작 130여 년 만에 원수에서 친구가 되다니! 역사의 은유와 상징이 요단강처럼 흐르는 곳이라고 하고프다.

                                         


숨은 아이어만 (Ei) 찾기~


나를 영원히 기리고픈 마음은 아이어만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 Ei'는 달걀이라는 뜻도 있다. '아이어만 = 계란남'


5.

집착


이 교회의 전체적인 다각형 모양, 다각 다각 한 창문 모양, 이 다각형의 설교단!  그리고 밖의 환풍구까지 모든 모양이 다각형이다.


 타일 1950년대 건물에 많이 보이는 스타일, 이 동글동글한 부드러운 갈색 위의 설교단도 다각형


밖에서 보이는 교회형태도 다각형, 표현주의적, 벌집모양 창문

가까이 봐야... 자세히 봐야... 멀리서 봐야....

무엇보다 알고 보아야................. 보인다!


교회 밖의 다각형 환풍구! 알면 보이는 신비~


뿐만 아니다, 교회 안에 깔린 동글동글 부드러운 갈색 조의 타일은 밖의 보도블록 형태와도 일치한다.



왼쪽: 교회 안의 타일/ 오른쪽: 교회 밖의 타일


6.

스탈그라드의 '마돈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의사가 스탈린그라드 병영에서 몰래 그려서 애써 밖으로 내보내고 그는 전쟁포로로 죽고 만다.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그래서 이름도 "스탈린그라드의 마돈나"이다.

                                             

스탈린그라드의 마돈다. 1942년작, 교회 한켠에서 전시중


패전한 독일, 과거의 상처를 잊고 역사적 범죄를 참회하고 적국과 화해하고.... 가장 대표적인 패전의 상징물 옆에 이런 교회를 건축함으로써 독일은 묘하게 전범국가임에도 본받을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독일이 폐허가 된 옛 교회에서 어떤 것을 복원했는지를 보면, 기억하고자 하는 역사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은밀하고 위대하게!



글, 사진 모두 Arhe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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