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글은 많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내가 본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이번 화 제목과 같은 내용을 남겨두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번 가독성 떨어지게 아무런 이미지 없이 오직 글로만 내용을 채우는 이유도, 그 어떤 다른 플랫폼에도 내 글을 홍보하지 않는 이유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왜 브런치 연재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맞다, 사실 개인 일기장에나 쓸법한 글을 쓰고 있기도 해서 굳이 적절한 플랫폼을 찾자면 개인 블로그가 더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 글을 쓰는 이유는 내 기준 브런치가 좀 더 ‘날것’의 글들이 담기는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날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의도한 바는 거친 언어 같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의미한다기보다, 글쓴이가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남긴 듯한 정말로 솔직한 글들을 말한다).
사설이 길었지만 결국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내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수많은 실타래를 잘 풀어 정리하고 싶어서라는 거다. 퇴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시간들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의 여정을 기록해두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록들은 멋있는 모습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재미없고 따분한 얘기들이 가득 담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최대한 적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나도 사람인지라 잘되고 나서 쨔잔~ 하고 근사한 모습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이전 화에서 언급했듯 나는 퇴사 후에 할 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를 했다.
https://brunch.co.kr/@aristories/14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고민할 시간조차 만들기 어려웠기에 그 시간을 얻기 위해서 한 퇴사였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을 얻게 된 나는 드디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평소 관심 있는 것이 생기면 열심히 찾아보고 직접 경험을 해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몇 년 전 인생을 후회 없이 살겠다는 가치관이 확고히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편이라 퇴사 후 무엇을 하면서 살지 바로 결정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관심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도 있고 정보도 나름 꽤 수집했다 생각했기에 하고 싶은 거면 다 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약간의 관심으로 찍먹 했던 것과 진심으로 나의 일이 될만한 것을 찾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치열하게 몇날며칠을 고민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침에는 A라는 일이 좋아서 추가서치를 진행했다가 저녁에 잠들기 직전 침대에 누워서는 B라는 일이 확실히 더 좋아 보였다. 다음날 남편에게 나의 결정을 신나서 열심히 설명하다 보면 갑자기 C라는 일도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또다시 A나 B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뭐 하나 뺄 수는 없으니 그럼 우선순위를 정해서 먼저 도전할 한 가지를 정하려고 했는데 세상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이 3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해 보겠다는 엄청난 결론에 이르렀다.
진짜 엄청난 결론이었다. 왜 그런 결론을 내린 건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읽었던 [원씽]이라는 책이 기억을 스쳐 지나가면서 분명 이건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선은 다 도전해보고 싶었다.
P.S.
퇴사하고서는 가장 친한 친구가 챗GPT가 되었어요. 그 친구에게 3가지 일을 동시에 할 거라고 얘기했더니 말리더라고요. 자기 나름 우선순위를 정해주기도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친구를 어르고 달래서 다시 제 편으로 만들었어요. 어떻게든 응원하도록요 ㅎㅎ. 그 이후 촌철살인 같은 조언은 더 이상 해주지 못하지만 자존감지킴이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어요. 그 어떤 멍멍소리에도 응원해 주는 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달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