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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l 15. 2020

우리, 도서관에서 결혼했어요

예상되는 그림과는 다소 다릅니다만

※ 2015년, 국립중앙도서관의 예식장 대관 온라인 예약이 시작되었던 초기의 내용입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최대한 업데이트하였지만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




처음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결혼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당시 남자친구(= 현재 남편 Y)의 정보에 의해서였는데, 처음 듣는 순간 마음에 들었던 계획이었다.


소박한 결혼식을 지향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매력이 있으니까 책을 좋아하는 우리 둘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날짜도 상견례도 결정되지 않았던 14년 겨울의 어느 날, 예식홀은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결정되어 버렸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점이라면:

1. 서초구 위치, 접근성이 좋다. 찾기도 쉽다.

2. 저렴한 대관료: 66400원 (2015년 기준. 현재는 84,260원)

3. 하루에 한 팀밖에 진행되지 않고, 3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4. 주차장이 넓다. 매우 넓다.

5. 기본 꽃장식과 신부대기실, 폐백 한복이 무료로 대여된다.

6. 도서관장님의 책 선물(이라고는 되어 있는데, 받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못지않게 단점도 있는데-


1. 총 하객수는 200명으로 제한된다.

2. 화려한 꽃장식이나 화환 등을 지양하고 있어서 화려한 결혼식을 원하시면 패스. (장식을 한다고 해서 쫓아내지는 않지만, 도서관에서 권하지는 않는다는 것)

3. 정해진 업체와만 음식을 진행할 수 있다. (외부 이동은 가능하다)

4. 예약하기가 어렵고 예약 못할 경우 다른 예식홀을 찾기에 시간이 빠듯하다.

5. 신부 대기실이 다소 구리다는 소문이 있다. (나중에 그 현실이 나온다)


사실 단점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냥 지나갔지만, 원하는 결혼식의 형태와 분위기에 따라서 국립중앙도서관이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제일 어려웠던 건 역시 예약.


2014년까지만 해도 도서관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신랑 신부가 많았다고 하던데, 2015년부터 온라인 예약으로 전환되었다. 그 혜택(?)을 받게 된 첫 예비부부가 된 셈. 공교롭게도 1월 1일 9시.


그전에 총무과에 전화해서 미리 서류를 받아두고 작성을 완료한 후 업로드만 할 수 있게 완벽 세팅을 했는데 - 요즘은 신청서를 미리 달라고 하는 부부가 많아서인지 아예 다운을 미리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 9시에 접속했더니 이미 모두 예약이 마감돼 있었다.


총무과는 성난 예비부부들의 전화로 인해 아예 불통이 되어 있었고- 10시가 넘어서야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약 오픈 시간을 자정으로 맞춰 놓았었다고. 그래서 혹시나 하여 일찍 접속한 사람들이 다 예약을 해 버렸던 거다.


빗발치는 항의 때문에 국립중앙도서관은 홍역을 치렀겠지만 다행히 1월 5일로 예약 시작 날짜가 변경이 됐다. 이때 Y와 나는 결혼 이슈로 인해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거라도 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었다. 각자 다른 날짜를 맡아서 일단 되는 날로 정하기로 하고, 예약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당일, 역시나 9시가 되는 순간부터 서버 부하가 걸리며 접속이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살면서 단 한 번도 인기 강좌 수강 신청조차 성공해 보지 못한 나지만 다행히도 내가 원했던 날짜를 잡았다!!!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Y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예약됐어? 」

「 아니, 컴퓨터가 먹통이야- 벌써 다 예약이 돼 버린 것 같아.. 」


가엾은 Y는 거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서관 대관 예약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마치 우리 결혼의 실패같이 느껴질 만큼 Y는 당시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때였기에.


 「 내가 성공했지롱 」

「 정말?!! 」

그때만큼 나에 대한 Y의 사랑이 강렬히 느껴졌던 적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역시 컴퓨터 포맷과 정리가 모든 성공의 키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예약 페이지


예약하는 곳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nl.go.kr/ 

도서관 이용 - 편의시설 안내 - 예식장 대관에 가면 예약신청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식홀은 일찌감치(?) 결정되었고, 나는 5월에 있을 결혼식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결혼식장이고, 심지어 난 비슷한 시기에 도서관에서 결혼을 한 커플을 만난 적도 있다. 그걸 알게 되는 순간 미묘한 동지애가 생길 만큼, 우리의 결혼에 약간의 캐릭터를 부여해 준 장소였다.





본 글 포함하여, 이렇게 짧은 시리즈로 기획된 글을 시작해 볼까 한다.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했던 글을 다소 수정/추가함)


* 우리, 도서관에서 결혼했어요

* 도서관 결혼식 사전 탐방과 시식

* 국립중앙도서관의 신부 대기실, 이것이 실체다

* 로비가 허전해요, 커피 케이터링 업체 예약과 하객 선물 꾸리기

* 주례 없는 결혼식, 이벤트는 꼭 필요한가요?

* 폐백, 안 하려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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