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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ie Aug 05. 2020

주례 없는 결혼식,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주례가 없으니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됩니다

※ 2015년, 국립중앙도서관의 예식장 대관 초기의 내용입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최대한 업데이트하였지만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


처음에 결혼식을 계획했을 때부터 주례 없는 결혼식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례를 봐 주실 거라 믿었던 Y의 지도 교수님께서 '난 주례는 못 보겠고 대신 축가를 해 주겠다'는 선언을 하시는 바람에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선회하게 됐다. 요즘에는 주례 없는 결혼식을 많이들 하는 것 같던데, 2015년 당시에도 나름의 트렌드는 있었다.


다행히 직장 동료 중에 주말에 투잡으로 주례 없는 결혼식 전문 사회를 보는 분이 계셔서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사회자도 결정이 되었다. 사실 주례 없는 결혼식의 꽃은 - 아니, 결혼식의 꽃은 신랑신부가 맞지만 - 사회자이다. 타 결혼식에 있는 주례라는 정점(?)이 없는 관계로,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사회자가 중요하다. 그러나 덕분에, 내심 사회를 보게 될 것이라 기대+긴장하고 있었던 Y의 베스트 프렌드 K는 다소 서운해했다는 후문이다.


시아버지 되실 분과 친정 아버지가 각각 성혼 선언과 덕담을 해 주시게 되고, 혼주들께서 점화식을 하며, 혼인 서약을 신랑신부가 직접 읽는 등 기존의 결혼식에 비해 좀더 능동적이며 참여하는 예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각자의 아버님께 부탁을 드리고 축가팀 순서도 적절하게 짜는 등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결혼 경험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예식 도우미의 필요성을 몰라서 따로 모셔오지 않았는데, 덕분에 국립중앙도서관의 직원분과 사회자 분이 배후에서 엄청 고생을 하셨다는 후일담도 들었다. 드레스 잡아주시는 수모님도 함께 거들어 주셨다고. 도서관 직원께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예식 도우미를 미리 섭외하는 것이 좋다.


보통은 아래와 같은 식순이 진행된다. 프로페셔널 사회자님의 말에 의하면 하객들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예식 시간은 30분이 한계. 그 안에서 집중적이고 임팩트 있는 예식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식 시작 알림 (사회자)


*개식사 (사회자) - 보통은 멘트도 거의 정해져 있다.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스크립트를 구해서 쓰면 거의 큰 문제는 없다.


*양가 혼주 점화식 (양가 어머니) - 두 어머님이 다들 엄청나게 긴장하셨던 시점. 도서관에서는 따로 라이터를 준비해 주거나 하지는 않으니 신랑신부가 준비해야 한다.


*신랑 / 신부 입장 (신부) - 도서관 예식장의 바닥에 깔린 천, 즉 버진 로드가 미끄러운 편이라서 조심해야 한다. 입장 때 사용할 음악은 미리 도서관의 담당자 분께 보내 드리면 당일에 리허설을 해 볼 수 있다.


*맞절 / 예물 교환 (신랑/신부)


*사랑의 서약 낭독 (신랑/신부) - 사랑의 서약이라니! 오글거리지만 나름 마음을 다잡는 효과가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보통 이것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스크립트가 있지만, 참석해 본 몇몇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는 이 부분을 부부의 특성에 맞고 재치 있게 바꾸기도.


*성혼 선언문 낭독 및 덕담 (신랑측 아버지) - 아, 여기서부터 어려운 부분이다. 남 앞에서 발표 등을 자주 해 보시지 않은 분들은 곤란해하시기도 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 '사실상' 주례가 되셔야 하는 부분이기에 시아버지도 긴장을 많이 하셨다. 나중에 '난 전혀 긴장 안 했는데?' 라고 하셨지만 손을 떠셨어요..


*신부 아버지 덕담 (신부측 아버지) - 여러모로 걱정이 되어 대사, 몸짓과 표정 지시문까지 넣어서 스크립트를 써 드렸다. 엄마에게 감사하는 멘트를 꼭 잊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내가 써 준 것인 줄을 까맣게 모르시던 엄마는 '아니, 너희 아빠에게 이렇게 다정한 면이 있었다니' 라며 눈물을 훔치시기도.. 집안의 평화에 이바지하였습니다


*양가 혼주/내빈께 인사 (신랑/신부)


*축가 1,2 - Y의 동료들이 한 달 동안 연습하여 열심히 해 준 공연. 언제나 가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였는데, 아직까지도 우리가 심심하거나 우울할 때 돌려보는 영상이다. 예상 외로 너무 잘하는 점이 개그 포인트. (그리고 축가를 하시겠다고 당당히 말씀하셨던 지도 교수님이 음치..)

그리고 축가는 두 번까지가 좋은 것 같다. 이쯤 되면 하객들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신랑신부 행진/폐식 - 이 때 빠르게 폐식을 한다.


결혼은 쉽지 않구나, 를 느꼈던 하루.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사히 치러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짧고도 강렬한 경험이었다.





본 글 포함하여, 이렇게 짧은 시리즈로 기획된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했던 글을 다소 수정/추가함)


* 우리, 도서관에서 결혼했어요

* 도서관 결혼식 사전 탐방과 시식

* 국립중앙도서관의 신부 대기실, 이것이 실체다

* 로비가 허전해요, 커피 케이터링 업체 예약과 하객 선물 꾸리기

* 주례 없는 결혼식, 이벤트는 꼭 필요한가요?

* 폐백, 안 하려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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