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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ug 06. 2020

노동자의 음료이자 귀족의 음료인

로우티(Low Tea) vs. 하이티(High Tea)

처음에 영국에 수입되었을 때의 차는 왕족, 혹은 매우 높은 귀족층만 즐기는 음료였지만 점차 대중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영국 노동자 계급이 주로 마시는 것은 '진Gin'이라고 불리는 술이었다. 지금도 영국의 물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 석회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어서 브리타 정수기로 걸러 마시는 경우가 많음 - 예전에는 더 수도 시설이 나빴다 보니 식용수가 거의 맥주, 혹은 그보다 더 싼 진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홍차가 수입되었고,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서민들도 마실 수 있게 되어 오늘날의 홍차는 생산도 거의 안되면서 홍차 문화의 종주국 영국이 탄생한 것.




아무리 전 국민이 즐기게 된 음료라고 해도, 나름 신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귀족(Upper Class)과 서민 계층(Working Class)의 차 마시는 문화도 달랐다. 귀족들은 일을 하지 않는 지주 신분이었기에 차 마시고 놀 시간이 많아서 애프터눈 티같은 것도 마실 수 있었지만, 서민들은 상황이 달랐으니까.

* 참고글: 제대로 예쁘게 차려서 마셔 볼까요?


큰 성공을 거둔 최근의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매기 스미스가 연기한 '그랜섬 백작 부인'이  「주말(weekend)라는 게 대체 뭔가?」 라고 묻는 장면. 여기서도 '일을 하는 계급'과 '일을 하지 않는 계급'이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직장을 얻었나? 영지를 경영해야지' '아, 주말에 와서 하면 돼요' 라고 하자 '주말이란 게 뭔가?'라고 묻는다..


이 두 계급의 차 마시는 문화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 로우 티(Low Tea), 하이 티(High Tea)이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와는 달리 '로우 티'는 귀족들이 마셨고 '하이 티'는 서민층이 마시는 차 문화였다.


높은 테이블이라고 해도 보통의 디너 테이블로 보면 된다


높은(high) 테이블에 차를 제외하고도 이것저것 먹을 것을 차려두고, 먹고 마시는 문화를 '하이 티'라고 일컬었다. 때로는 테이블이 아니라 높은 스툴에 걸치고 서서 먹기도 했다고 한다.


점점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심은 간단히, 그리고 메인 식사가 저녁이 되었다. (지금도 영국에선 점심을 그리 오래 먹지 않는다. 거의 샌드위치 정도. 대신 저녁을 거하게 먹는다.) 힘든 노동을 마치고 돌아왔기에 기운이 필요했고, 그 때 나오는 메뉴는 주로 로스트 비프 같은 고기 요리, 감자, 베이크드 빈 등 '식사다운 식사'에 차를 곁들이는 것이었다. 설탕을 듬뿍 넣은 영국식 밀크티도 함께 마셨다.


나라는 다르지만 왠지 분위기는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힘든 일을 마치고 도란도란 앉아서 먹는 저녁 식사에 곁들이는 차라니, 생각만 해도 따뜻한 느낌이다. 영국 요리가 좀더 맛있었다면 더 큰 위로가 되었을 텐데..


중앙에 낮고 작은 티테이블이 보인다.


그에 비해 '로우 티'는 마시는 테이블의 높이가 낮아서.. 아니, 농담이 아니고 진짜다.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놀고 먹는 것이 하는 일이었던 신분이었기에 자주 뭔가를 먹고 마실 수 있었고, 차를 마실 때는 주로 낮은 테이블에 티포트와 다과를 차려서 먹곤 했다. 노동 계층처럼 '식사 하듯이' 제대로 차려 먹을 필요가 없었던 것. 간단하게 차릴 수도 있었고, 격식을 갖추어 제대로 차릴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애프터눈 티와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차 문화는 거의 '하이 티'와 '애프터눈 티'의 혼합에 가까워 보인다. 갈수록 사회상이 변하면서 신분에 크게 상관없이 '하이 티'를 즐기게 되었고, 나오는 음식이나 다과, 차를 마시는 스타일도 다양해지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간단하게 다과를 곁들인 티타임을 좋아하지만, 차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다 보면 전통적인 '하이 티'의 매력, 즉 식사와 함께 하는 음료로서의 차를 또다시 발견하게 되어 즐겁다 :)

참고글: 차와 음식의 마리아주, 입에 감기는 꿀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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