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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요가 Nov 07. 2018

살아가기 위해 머무르는 나

인도에서 요가 하기

첫날의 ceremony

소수정예 9명의 그룹에서 요가를 배우는 중이다. 일주일이 지났고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온 나는 다른 이들에 비해 적응이 힘들다. 말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악센트와 억양이 제각각인 이들의 말하는 속도를 쫓아가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6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마치는 프로그램은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책 없이 강의하는 힌두 철학 선생님 덕분에 모두가 아는데 나만 모르는 단어들도 하나하나 찾아야 하고 나만 듣지 못한 수업 내용도 책을 뒤져 찾아가며 이해해야 한다.

철학 수업과 아사나 수업

요가 동작과 동작 교정 수업만 4시간, 명상 방법과 실천,  근육과 뼈로 이해하는 요가 해부학, 힌두 철학 수업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나 외(영국, 스페인 2, 일본, 미국 2, 러시아, 중국) 학생들은 수업 후 볕이 좋은 마당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두런두런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몇 번은 같이 있었지만 수업 따라가기가 힘들어 방에 들어와 책을 다. 꼬부랑글씨들과 사투를 벌이느라 널브러진 책과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맞나 싶은 생각조차 든다.

요가 수련 중



누구든 늘 배움 속에 산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즐기고 있다면 두말할 것 없겠지만 고난의 연속이거나 버티기로 살아지고 있다면 누구나 현재를 의심한다.


지금의 내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삶 속에 배움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무엇이든 배우고 알아가는 무엇이 존재한다면 그것 만으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에는 15분 거리의 강가로 나간다.

매트를 미처 챙기지 못해 세차게도 불어오는 히말라야의 바람을 맞으며 온 발에  힘을 꽉 주고 선다. 그리고 소리 내 흐르는 청록빛 갠지스강을  한껏  바라본다. 그렇게 짊어지고 온 다짐들을 강가 ganga에 잠시 띄워 놓는다. 그러고는 그 다짐들을 다시 안고 돌아온다.

이 곳을 떠나는 날 다시 와서 이 다짐들을 제대로   놓고 갈 만큼 최선을 다해 머무르기를, 온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기를, 그 다짐에 더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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