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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Nov 10. 2022

적도춘가(赤道春歌)

시(詩)를 담다

고양이를 따라가 보았다.

서둘지 않는 발걸음으로

한 조각 햇빛이 내려앉은 곳에 자리잡더니

쓱쓱 핥고, 뒹굴.

욕심많게 그 황금빛 한 조각을

다 차지하고

이내 느른한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보송한 솜털뭉치 같은 몸 위를

한줄기 바람이 스친다.


넙적한 바나나 나뭇잎이

너그러운 영감처럼 천천히 끄덕끄덕

뒤늦게 씨를 뿌린 한련화들이

탐스런 오렌지 꽃망울을 터트리고

아직은 머리카락처럼 힘 없는 정구지 한 줌도

자라나고 있다.

토마토 고추 국화 바질 제라늄 온통 하나로 뭉쳐

끙끙 풀빛꽃빛 물들인 공간에서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우고

조그만 날벌레들도 온 날개에 빛을 가득 올리고

금가루를 뿌려대며 낮은 하늘을 채운다.


적도의 봄.

10월.

또 다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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