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의 꽃

그 집 마당의 사정

by 고다혜

“어떻게 마당에 꽃 한 송이 안 심었어?”


가끔 우리집 마당을 보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나는 집을 지으려고 계획할 때부터 마당에 잔디만 심고 싶었다. 꽃은 다른 곳에 가서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예쁜 꽃들이 가득하니까. 알록달록 화사한 꽃들이 너무 예쁘지만 나는 왠지 슴슴하고 단조로운 초록색 평평한 마당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뛰어놀 수 있는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둘 다 직업상 출장이 잦았다. 아쉬운 대로 강아지 사진 한 장 뽑아 액자에 걸어두는 걸로 마음을 달랬다. 꽃 한 송이 없는 마당이라고 마냥 심심한 건 아니었다. 고양이도 놀러 오고 때때로 야생화도 피고, 그 꽃에 나비도 날아들었다. 벌도 내려앉아 대롱을 꽂고 열심히 꿀을 찾았다. 어느 날엔 낮은 포복으로 도마뱀도 지나가고 개미군단도 늠름함을 뽐냈다. 나름 다채로운 이벤트로 소곤소곤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단출하게 잔디만 심은 마당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다. 둘이 지내는 것이 좋아 그렇게 살다 보니 한 해 두 해가 지나 어느새 14년이 되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는 너무 예뻐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고 사는 것은 왠지 나의 삶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덧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출산과 양육을 하게 되니 한 친구가 물었다.


“너는 너 닮은 아기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궁금했다.


‘아이를 안 낳고 산다는 생각이 그냥 다른 걸까? 틀린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나와 신랑을 닮은 아이가 궁금하지조차 않다는 게, 내 뇌에 의학적인 문제가 있는 걸까? 병원에 가봐야 할까?’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우린 친구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했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행복하면 된다는 것.


우리 둘은 함께 독서 모임도 나가고 친구들도 만난다. 마당 일도 하고 낚시도 간다. 쉬는 날엔 그가 취미로 만든 목공 제품을 가지고 플리마켓도 나간다. 둘이 있으면 따분할 틈이 없다. 그는 나의 행복의 부지깽이다. 별스럽지 않은 일도 재미 닥닥 끌어다가 불쏘시개까지 얹어 불 ‘화르륵~’ 붙여주니 같이 있으면 충만하게 행복하다.


우리 울타리 복사본 2.jpg


“왜 애 안 낳아?”


둘만 있는 우리를 보며 가끔 묻는 분들이 있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둘이 있는 게 좋기도 해서요.” 솔직히 대답하면 “더 늦어지면 이제 의학의 힘으로도 아기 갖는 건 불가능해” 등 뒷얘기가 붙어 오가는 대화가 너무 길어졌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의 대처법으로 쓰라고 남편이 준비해 준 대답, (반드시 슬픈 눈빛으로) ‘남편이 문제가 있어요’라고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요즘엔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꽃이 없는 마당도 있는 거죠 뭐~” 미소 지으며 말씀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 끝에 “나이 들어서 자식 없으면 누가 돌봐주냐?” “한 사람 죽고 혼자 남으면 어쩔래~” “요양 병원 가서도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을 텐데” 이렇게 마음 베는 말씀 하는 분들이 있을 땐 그 자리에서 나비처럼 훌쩍 날아가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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