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22
어느 날 문득, 브런치북의 두 세계관을 합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을 도서를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연계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삶의 레시피」 열한 번째, 열두 번째 글 '말 그대로 책과 놀기' · '말 그대로 책과 놀기 vol.2'와 엮어 그림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이 문장에선 희한하게 마음을 안심시키는 힘이 느껴진다.
토씨 하나를 바꿔서 '어딘가에 나의 서점이 있다.'거나 '어딘가 나의 서점이 있다.'고 했을 땐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바탕이 자리한다. 그 이유를 똑똑히 따져 보일 순 없지만, 희망을 노란색 · 초록색 풍선처럼 기분 좋게 그러잡고 있는 문장 같다.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책의 표지를 펼치면 추천사가 나온다.
맞다, 이들의 추천사가 있었지..! 어쩜..!!
안쪽 표지(inner cover)에 등장한 이름들을 보고 새삼 웃음이 나왔다.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저자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서였다. 김중혁 작가의 『미묘한 메모의 묘미』와 유진목 시인의 『연애의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나는 혼자 반가움의 미소를 지어 보낸다.
이런 반가운 우연이..!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우연에 대해
우연한 만남에 대해
서점과의 우연한 만남에 대해 마침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늘의 브런치 속 주인공이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라니.. 아귀가 딱딱 맞는 느낌이다.
며칠 전 강원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가고 싶은 서점이 세 곳이나 되었지만, 욕심내지 않고 딱 한 군데만 들르기로 했다. 동선을 고려한 선택이었는데, 오픈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서 급히 일정을 변경해 내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또 다른 서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만남은 시작됐다.
윤슬서림
농담이 아니라 그곳에 자리한 모든 책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2시간 동안 즐겁게 놀았다.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나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지 않는다. 가서 그냥 책과 논다. 책은 어디에서든 읽을 수 있는데, 수많은 책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몇몇 친구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건 무척 손해이지 않은가. 이럴 때만큼은 사교성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말 그대로 책과 놀기'와 '말 그대로 책과 놀기 vol.2'에서 밝혔듯이 나는 책과 잘 논다.
독립서점은 특히나 책과 놀기 아주 좋은 장소다. 그 서점(서점지기)만의 특색 있는 큐레이션과 손편지 같은 느낌의 '소개글이나 추천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음료는 조금 아쉬웠지만, 그 서툰 느낌마저 좋았던 윤슬서림.
갑자기 바뀐 일정이 더 좋은 여정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그 좋은 기억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냉큼 기회가 찾아오다니..
이런 근사한 서점이 우리 집 가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만약 그런 공간이 있었다면 시도 때도 없이 그곳에 가고 싶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예쁜 애 옆에는 또 예쁜 애가 있는 법.
'윤슬서림'에 가게 된 덕분에 바로 옆옆에 자리한 소품샵 '브레드브레드바나나'도 들를 수 있었던 건 완전 럭키비키다!!
기회가 되면 서점 유랑을 해보고픈데, 그 내용을 글로 담는다면 아마도 나는 지극히 편파적인 나의 취향을 담기 바쁠 것이다. 하지만 역사와 정보와 상상을 담고 있는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도 상당히 매력 있다. 내 평생, 이 책 속에 등장한 서점들을 몇 곳이나 가볼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가 된다.
나는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의 작가 마리야 이바시키나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축이 못되니, 글솜씨를 갈고닦아서 근사한 감상기를 담을 수 있도록 열심히 열심히 그날을 그리며..!!
뭐,
설령,
내 평생에 책 속의 서점 25곳 중 단 한 곳도 가보지 못한들 어떠리.
가까운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을 텐데.. ^
서점은 책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입니다.
그렇게 마주친 책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얻거나
스스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곳이기도 하고요.
서점에서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발판 삼아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한층 성숙해지기도 합니다.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말이죠.
사실 그런 걸 다 떠나서, 아름다운 표지로 덮인 책들을 하나하나 펼쳐보고 있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Book.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윌북, 2024.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