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23
어느 날 문득, 브런치북의 두 세계관을 합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을 도서를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연계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삶의 레시피」 열세 번째 글 '느슨한 모임'과 연결 지어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자유로운 종합선물세트 같다.
표현에 있어서, 질감에 있어서, 장르에 있어서 마냥 자유롭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보노라면 자신의 삶을 작품에 녹여내며 작가가 얼마나 즐겁게 작업했을지 느껴진다.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이야기가 없지만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음악이 없지만 음악을 들려준다.
정말로 자유롭고 풍성한 작품이다.
(*물론, 책에 QR코드가 있어서 작품의 바탕이 되는 비발디의 『사계』 일부를 들을 수 있기는 하다..ㅎ)
이 여유로움에서 나는 나의 '느슨한 모임'을 떠올렸다.
다양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글의 맨 처음에 밝혔듯이 이 시리즈는 목차가 고정되어 있다.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인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연계해서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근데 묘하게 내 일상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을 때가 있다. 마음에 드는 서점을 다녀온 뒤 곧바로 서점에 대한 책을 다루게 됐다든지, '색이름 352' 책을 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색에 대한 글을 쓰게 됐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에도 그렇다.
'느슨한 모임'에 대한 글과 연결된 이 타이밍에 모임과 관련해서 특별한 이야기가 하나 생겼다. 그것도 이 글을 쓰기 바로 직전에..! 정말 타이밍이 기막히다.
얼마 전 뜻밖의 상황에서 뜻밖의 새 친구가 생겼는데,
뜻밖에도 느슨한 모임에 초대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브런치에 쓴 글을 보고서 함께 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모임에 대해 그다지 자세하게 쓰지도 않았는데 그런 제안을 듣게 된 것이 좀 의외였다. 들어 보니 '느슨한' 구조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 진심과 용기는 멋졌고, 대문자 I인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곧바로 멤버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오늘............ D-day를 맞아 새 친구와 처음으로 만났다. 두둥!! 나의 느슨한 모임에서. 아니, 우리의 느슨한 모임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일 속에서
우리의 느슨한 모임은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우리는 모임에 나온다.
이 즐거움에 흠뻑 동감해 주는 이가 있으니 새삼 뿌듯해진다. 우리 좀 멋있잖아~!!
'뜻밖'의 릴레이는 『여름이 온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여름의 한복판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들 앞으로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퍼붓는다. 아이들은 비바람 속에서도 마냥 즐겁다. 그때 들고 있던 주황색 우산이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처럼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날아간다. 작가는 상당 부분을 할애해 우산의 여정을 보여주는데, 비바람 속에서 먹구름 속에서 홀로 유영하는 우산의 비행을 따라가는 게 뜻밖에도 즐겁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책 속에 등장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이수지 작가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상상한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내 눈에는 이수지 작가의 모습처럼 읽히는데.. 이 또한 뜻밖의 만남이 아닌가!
진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서 이수지 작가를 만났다. 이건 팩트다.
진실과 팩트는 꼭 등호관계에 있는 건 아니니까..ㅎ
우린 자유로우니까..ㅎ
Book. 『여름이 온다』, 이수지, 비룡소, 2021.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