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안의 파도, 나만의 리듬

<파도의 춤, 열 두살의 시> vs <Palpite Infeliz>

by 헤스티아

바깥 세상의 혼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ai의 시대에

의외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리듬을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리듬을 지키는 이야기를 담은 예술을 소개해보고 싶다.

하나는 노래고,

하나는 문학이다.




리사 오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 어딘가가 조용히 젖는다.
브라질의 태양 아래도 아닌데,
그녀의 보사노바를 듣는 순간
몸이 절로 흔들리고
마음속엔 익숙한 듯 낯선 어떤 감정이 스미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도 유독 자주 꺼내 듣는 노래가 있다.
〈Palpite Infeliz>


노엘 호사의 곡을 리사 오노 특유의 투명한 톤으로 풀어낸 이 노래는
감정이라는 것이 흘러넘치지 않아도 얼마나 깊을 수 있는지를
매번 조용히 알려준다.


나는 이 노래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여러 번 들었다.
어떤 날엔 흥얼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엔 노래의 첫마디에서 울컥하기도 했다.


“Quem é você que não sabe o que diz?
당신은 누구죠,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솔직히 포르투갈어를 할 줄 몰라서, 한 번 번역된 가사로 이해해서 감흥이 덜하긴 하다.

이건 그냥 나의 성격인데, 그 외국어를 알면 좀 더 감각으로,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그래도 리사 오노의 잔잔한 목소리와 멜로디만으로도 꽤 많은 걸 전달하는 곡이다.



오늘 갑자기 리사 오노의 이 노래의 멜로디가 머릿속에 흘러나오더니,

문득 오래전에 내 안에 감각으로 자리 잡은 문학 작품 하나가 떠올랐다.


『파도의 춤, 열두 살의 시. 린 호셉




이 글을 쓰기 위해 저자 정보를 검색하다가 의외의 기억 왜곡을 발견했다.

이 책이 미국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책이었다.

희미하게 남미의 한 가족 이야기라고만 떠오를 정도로, 정확한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의외로 '미국'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래서 놀랬다.


아빠가 떠난 열두 살 소녀,
시를 쓰며 감정을 헤엄치던 이야기였다는 정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이야기보다 감각으로 기억한다.


바닷가의 반짝임.
샘이 느끼던 파도의 움직임.
파도와 시, 감정과 리듬이 하나가 되어
그림도 음악도 아닌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다.


생각해보면, 이 책은
내가 감정이라는 것을 말로 쓰기 전에 ‘느낄 수 있다’는 걸 처음 배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리사 오노의 그 노래는,
감정을 소리로 ‘그냥 품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 노래였다.


그래서 이 두 기억이 갑자기 하나로 이어졌나보다.

리사 오노의 Palpite Infeliz를 들으며
샘이 써 내려가던 시 한 줄이 겹쳐졌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파도를 안고 살아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시로 말하고,
누군가는 삼바로 흔들린다.
그리고 누구나 매 순간,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있는 중일 것이다.

왜냐하면 리듬은 한 번에 찾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정렬하면서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감추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배운다.

울지 마, 말하지 마, 웃어.
그래야 어른스럽다고.

하지만 감정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것이란 걸
나는 시와 노래를 통해, 아주 천천히 배워왔다.


샘이 쓴 시도,
빌라 이사벨 사람들이 추는 삼바도,
결국은 모두 “나는 이렇게 느껴요”라는 말이었다.


지금 나에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예전엔 글이었고,
요즘엔 가끔은 음악이고,
어떤 날엔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내 리듬이 된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 리듬은 나만의 것이다.


어떤 파도는 너무 세서 말로 옮길 수 없고
어떤 감정은 너무 약해서 쉽게 놓쳐버린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춤추게 하는 리듬이다.


하지만 지금 리사 오노의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생각한다.


“나는 내가 느끼는 걸 안다.
그리고 그걸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흔들리며 살아가면 된다.”



keyword
이전 11화[가장 말려있던 시기를 우아하게 통과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