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타자와의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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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접촉은 종종 불협화음을 내기도 할 터다. 그리하여 접촉이란 그 자체로 언제나 일종의 마찰, 균열, 그리고 파고(波高)를 내포할 수밖에 없으리라. 타인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반드시 조금씩 삐걱거리고, 조금씩 틀어지는바. 그는 나와 다른 세계를 짊어진 미지의 타인인 까닭에, 그리 마주한 두 흐름은 완전히 조화될 수 없다. 완전히 나와 같은 이를 찾는 건, 또 완전히 나와 맞는 이를 찾는 건, 따라서 ‘영원히’ 까마득하다.
그처럼 전혀 다른 두 흐름의 접촉은 일종의 추돌 사고를 일으켜 서로 간의 향방을 비트는 순간들을 잇달아 낳는다. 누군가의 말투 한 자락, 표정 한 가닥에 우리는 불현듯 마음이 상하거나, 혹은 예기치 않게 마음을 열어버리기도 한다. 애초에 예상치 못했던, 심지어 전혀 의도되지 않았던 운명적 틀어짐이 우리 안에 그토록 파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게 접촉은 언제나 기존 자아의 궤도를 흐트러뜨리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기존 운동을 틀어놓는 방식으로 거듭 통합하고는 한다.
저런 접촉의 누적으로써의 ‘나’라는 건, 그저 예의 접촉의 합으로만 구성되는 게 아니라, 그 접촉 속에서 틀어져 비틀리며 변화하는 과정 자체도 포함하리라. 부모의 기대에 눌린 채 자란 이, 친구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휘청인 이, 연인의 이별 통보에 뒤틀린 이 — 이 모든 틀어짐은 단순 접촉의 결과가 아니라, 접촉이 낳은 파장들, 그 과정적 흔적들이기도 하겠으니. 그리하여 이 무수한 파장은 당사자의 궤적을 때론 돌이킬 수 없게, 때론 미묘하게, 그러나 언제나 변형시키는 중이다.
그리 영영 틀어지는 변형은 물론 불안정을 수반하겠으나, 그것 없이는 변화도 삶도 없겠으므로. 모든 삶은, 단단히 고정된 틀을 유지하며 꼬장꼬장하게 썩어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를 극복하여 틀어지거나, 훼방 받고 실패하며 붕괴하여 틀어지거나, 그리 끝없이 틀어지며, 그로 인해 자신을 새롭게 조율할 수밖에 없을 양인데. 고로, 타인과의 접촉이 낳는 충돌, 오해, 상처, 설렘 — 이 모든 틀어짐이야말로 삶의 운동성을 그 자체로 보장하는 요소 아니겠는지.
결국, 완전하고 완벽한 일치란 그 뿌리부터 불가능하며, 그 불가능성에서 틀어짐이 끝없이 거듭 발생하고, 바로 그 틀어짐 덕택에 우리는 매 순간 다시 스스로를 조율하며 움직여 나아간다. 어쨌든 삶이란, 무수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끊임없이 틀어지고, 또 그 틀어짐을 품은 채 비틀려 나아가는 운동에 다름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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