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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히스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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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택희 Sep 27. 2023

상강 저녁

진탕만탕 낙엽 쌓였다

어두워지는 완만 사이로 박차 오르는 고요


짓무른 눈이 밥술을 뜨는 발톱의 시간

무언은 처량함의 안쪽 같아 대궁이 비었다


컹컹 짖어대는 이웃집 개가 막바지 어둠을 불러 앉힌다

깊어지는 심연의 모퉁이

가슴이 들썩이지 않았다면 코에 손이라도 대볼 뻔했다

나락이  떨어져나간 볏단처럼

가벼워진 그녀의 초저녁잠


일과를 정리하느라 다리 쪽을 툴툴 털던 머릿수건이

저 혼자 빨랫줄을 지키던 하늘 한쪽

놀은 보이지 않는다


햇살이 달그락거리던

개밥그릇에도 어둠이 차올랐다


성가를 한 큰아이 빈방처럼 

세상 아버지들의 눈에 머물던 방랑도 칸칸이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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