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탕만탕 낙엽 쌓였다
어두워지는 완만 사이로 박차 오르는 고요
짓무른 눈이 밥술을 뜨는 발톱의 시간
무언은 처량함의 안쪽 같아 대궁이 비었다
컹컹 짖어대는 이웃집 개가 막바지 어둠을 불러 앉힌다
깊어지는 심연의 모퉁이
가슴이 들썩이지 않았다면 코에 손이라도 대볼 뻔했다
나락이 떨어져나간 볏단처럼
가벼워진 그녀의 초저녁잠
일과를 정리하느라 다리 쪽을 툴툴 털던 머릿수건이
저 혼자 빨랫줄을 지키던 하늘 한쪽
놀은 보이지 않는다
햇살이 달그락거리던
개밥그릇에도 어둠이 차올랐다
성가를 한 큰아이 빈방처럼
세상 아버지들의 눈에 머물던 방랑도 칸칸이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