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히스 0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택희 Sep 27. 2023

색채가 담긴 오후 5시

      

     막연했지 조금 추울 거라 생각했어

     종일 비라도 내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됐지

     붉은 제라늄 화분에서 물방울이 똑!

     울림 가득한 고요로 아득해지는 시간

     모퉁이에는 익은 담쟁이덩굴과 햇빛이 한가득

     그늘조차 노랗게 물이 들지

     놀은 꽃송이처럼 나뭇가지에 앉아 있어

     지나는 바람이 슬그머니 옷자락을 끌기도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준대도 아니라고 하지

     해를 지나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겨

     물길 따라 작은 풀들이 모여들고

     주름치마가 오후를 가지런히 감싸 안지

     어처구니없던 일이 떠올라 발을 구르기도 하고

     피식 웃어보기도 해

     작은 어지럼증을 데려온 햇살이 모퉁이를 돌고 있어

     가까워진 놀이 왼뺨에 닿으면

     오르던 길을 돌아 천천히 내려오지

     남아 있는 블루를 따라

     골목을 좀 더 돌아보기로 해

    소담한 국수 그릇에 담겨 후루룩, 하루가 말린다

이전 04화 상강 저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