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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히스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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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택희 Sep 27. 2023

돌연, 잠

까무룩 한 숲에 들면 영상이 돌아간다

제풀에 놀라 날아오르는 생각과

반짝거리는 순간들

메소포타미아 평원이었다가 먼 황무지였다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저녁이다

칼라꽃이 핀 계절에도

건물들은 숨죽여 서 있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다리가 캄캄한 절벽을 더듬어 오른다

푸른 잎들이 빛을 지운 언덕

삭제 버튼을 잊은 나와 고양이 눈만

길목 지키고 있다

때론 놀이동산에서의 두리번거림이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질서 없이 떠다니는

그곳은 참 이상도 해서

오래전 모습이 불쑥 튀어나와 그만 놀라게 한다

비몽사몽 나를 잊는 형식은

꿈속 여기저기를 건너다니는 일

덜 익은 토마토 같은 시간을 건너거나

지우고 싶을 때면

문전 거슬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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