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나를 돌아보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

왜 달리기는 주저될까?

by Jeff Jung

EP.02 나를 돌아보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 - 달리기는 주저될까?


‘저는 달리기를 좋아해요.’

윗동네 미자 순정 고백하듯이 얘기하면 주변에서 보는 눈이 약간 달라진다. 뭐 대단한 것 하는 취미인가?

10km 달렸다 그러면, 오오. 하프 뛰었다 그러면 오오옷. 풀 코스라도 뛰었다 그러면 오오옷와 그냥 이 세계 인간이 아닌 것으로 바라본다.

그 반응의 이면에는 달리기가 어려운 것이라는 어떤 착시가 있는가 보다. 그리고 이는 몸의 기억으로 뇌에 잘 체화되어 있다.


우리가 보통 달리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는가?

나는 당장 초등학교 운동회 6명이서 경쟁해서 달리던 100m 달리기가 떠오른다. 출발선에 서기 전까지 줄 서서 기다릴 때 그 바짝 마른 긴장감이 연상된다. 맨날 꼴찌 아니면 5등을 해서 부끄러운 푸른 도장을 손목에 받곤 했던, 끝나고 난 후 가뿐 숨을 안고 헉헉거리는 실루엣.

혹은 400m 체력장이던가?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안간힘을 부여 안고 미친 듯이 달렸던 이미지. 마침내 도착했을 때 알싸하게 입안을 감도는 그 피맛.

혹은 좀 달리기에 관심을 가지려고 검색질을 하다 보면 내 마음이 아닌 것 같은 레벨에 마음부터 주저된다.

서브포라거나, 530, 630, 100일 달리기, 새벽 달리기, 시속 몇 킬로 정도는 달려줘야…

(초심자가 느끼는 벽을 표현하는 겁니다. 열심히 달리시는 분들 행여 곡해 마시길)

아, 저 작심하고 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게 거룩한 행위인가요?



가장 오해의 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빨리 달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진심을 다해 달려야 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오랜 경쟁 산물인가?

모두가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을지언정 적어도 내가 가진 달리기의 첫인상은 그랬었고 그것이 시작하는 첫발의 가장 큰 장벽이었음은 명백하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가 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데 각자 맞는 속도가 있다. 라는 명제를 던지고 싶다.

이 돌아보기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기와 오직 나 마주 보는 사이뿐이다. 괜히 눈치 볼 누군가도, 속일 이유도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달렸을 때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이미 빠른 속도인 것이다.


그러니 가장 낮은 속도에서 시작해 보았으면 한다.

트레드 밀이 있는 아파트라면 거기서 한번 걸어보라. 아마 3-3.5km/hr 언저리에서 걸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달리기를 위해 폭풍 검색한 바 대로, 혹은 주변에서 달리는 곁눈질의 숫자를 보고 속도를 올리는 순간 똑같은 문제에 처한다. 아마 옆에 있는 은별이 아빠는 8-9km는 기본이고 10 단위 이상에서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 없다.

우선 6km 정도로 천천히 올려보며 내가 걷고 있는 것인지, 달리고 있는 것인지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해서 시작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해 보면 된다. 30초? 1분? 아무려나 그렇게 해 보았을 때 몸이나 호흡상태가 어떠한지 느껴 보았으면 한다.

당신은 지금 달린 것이다.

명백히 누군가는 오늘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달린 것이다.


저녁이면 바깥 공원으로 나가 걷는 당신, 때로는 파워 워킹도 주저하지 않는다.

갑자기 헛바람이 들었는지 내가 걷는지 달리는 지도 잘 모르는 느낌으로 달리는 시늉을 해 보라.

뭐, 이런 것. 아가야 까르르 도망갈 때 괴물이다 그러며 재잘 걸음으로 따라가는 뉘앙스로 말이다.

그렇게 1분만 천천히 시늉을 해 보았으면 한다.

당신은 지금 달린 것이다. 시속 6km 속도로 1분간을 쉬지 않고 달린 것이다.

무언가 몸이 어색하다는 느낌은 있되 생각보다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호흡이 토 나올 정도로 가쁘다거나 헉헉거리던 그 과거의 잔재는 전혀 없을 것이다.


느리게 뛰든 빨리 뛰든 달리기와 걷기의 차이점은 명백하다.

걷기는 한쪽발이 반드시 지면에 붙어 있다는 것이고, 달리기는 양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진 시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허공으로 나는 시간이 있다는 얘기다.

그에 따라 쓰는 근육은 완벽히 달라진다. 훨씬 많은 전신 근육과 균형 잡기가 날기 위해 사용된다.


잘난 니는 얼마로 달리는데 그럼?

나는 1km를 6분 30초 정도로 달리는 것 같다. 몇 년간을 달리며 판단하여 내 몸에 맞춘 속도이다.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정도 달린 경력이면 보통 6분 이내로 달리는 것이 기본일 것이기 때문이다.

(6분 내로 달리면 10km를 한 시간 내로 주파할 수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속도이다.)

처음에 나도 5분 몇십 초 그렇게 5분대를 집착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달리는 게 힘드냐 그러며 무언가 푸념도 했던 것 같다. 아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5분대를 고집하던 마음을 놓아버리자 거짓말처럼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달리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내 몸에 맞춘 숫자를 찾아서 시작하면 된다.

트레드 밀에서 6km/hr로 세팅해서 천천히 달려 보면 10km를 한 시간 반에 갈 수 있는 속도가 된다. 처음 뛰는 이들이 1km를 8분대, 10분대로 뛰어본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달리기는 원래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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