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크 법치주의가 오늘날 산업경쟁규제에 주는 시사점
정치 철학자들에게 '법치주의'는 법 체계의 하위 혜택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하는 야심 찬 개념이다. 즉, '법치주의'는 국가를 작동시키는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사회를 공정하고 올바르게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시각과 달리,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는 '정의'보다는 효율성'에 그 초점을 맞춘다. 후크 교수의 해제를 통하여 하이에크의 법치주의를 탐구함으로써, 오늘날 산업경쟁규제에 시사하는 바를 짚어본다.
하이에크에게 법치주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유 시장의 건전한 운영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그 수용의 근거는 '효율성'에 있다. 자유 시장은 분산된 정보를 가격 신호의 형태로 통합하여 자원을 가장 생산적으로 할당하고, 사회 전체의 부(富)를 증가시키는 효율적인 메커니즘으로 인식된다. 후크는 이러한 하이에크의 관점을 법치주의에 대한 경제학자의 관점이라 명명하며, 그 핵심 이점이 국가의 자의적이고 강압적인 개입으로부터의 자유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이에크가 이 이론을 발전시킨 동기는 1930년대 초 유럽, 특히 나치 독일의 부상에 대한 깊은 우려였다. 그는 독일을 파시즘으로 이끈 힘이 사회주의와 중앙 계획을 옹호하는 사상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비인격적이고 자발적인' 운영을 거부하고 국가의 중앙 계획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 계획이 자원 할당에 대한 무수한 선택을 요구하지만, 계획자가 이를 도덕적으로 방어할 수 없어 필연적으로 개인에 대한 자의적이고 강압적인 개입을 초래하게 된다며, 결국 이는 개인의 자유를 상실하게 만드는 "전체주의 국가로 직행하는 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하이에크에게 법치주의의 준수는 이러한 전제주의로의 추락을 막는 핵심적인 방어 기제였다.
후크는 하이에크의 법치주의가 크게 두 가지 차원의 제약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모든 국가 행동이 예측 가능하게 고정되고 알려진 규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차적 제약이다. 이는 법이 공공적이고 안정적이며 일반적이어야 하고, 사전에 만들어져야 하며, 재량권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한다. 둘째는 이러한 절차적 제약을 넘어서 "자유 시스템"과 양립할 수 없는 모든 조치를 축출해야 한다는 실체적 제약이다. 하이에크에게 이 시스템은 사람들이 사전에 확실하게 경제 활동을 계획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고 하이에크가 모든 국가 개입을 부정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보험, 기본적 소득 보장, 심지어 일부 거시경제적 개입도 안정적인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법치주의와 양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분배 정의를 위한 적극적 개입—이를테면 가격 통제, 진입 규제, 소득 재분배 정책—은 시장이 창출하는 정보 구조를 흔들고 결국 자발적 질서를 훼손한다고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말기에 이르러 그는 오히려 입법보다 관습법적 진화가 시장의 질서와 더 잘 조응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견해를 수정했다는 것이다. 법이 사회의 암묵적 규범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주목한 셈이다.
아무튼, 이런 하이에크의 구상은 여러 비판에 직면한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이 단순한 사회주의의 부산물이 아니었다는 점, 시장을 왜곡시키는 국가 개입과 소비자·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제 사이의 경계가 실제 정책 영역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예컨대, 전문직 면허 제도는 하이에크가 문제 삼은 ‘진입 규제’의 대표적 사례처럼 보이지만, 정보 비대칭이 극심한 시장에서는 오히려 필요한 품질 보증 장치가 될 수 있다. 관습법적 변화 역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법적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모순을 낳는다. 즉, 하이에크의 기준만으로는 법이 언제 시장을 보호하고 언제 시장을 방해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법과 효율성, 정의의 관계는 훨씬 복잡한 층위를 갖는다. 법이 시장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려면 단순히 “간섭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성, 거래비용, 권력 불균형, 구조적 위험과 같은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동시에 정의에 기반한 규범적 요구—공정한 경쟁조건, 노동 착취 방지, 소비자 보호, 지대 추구 억제—는 효율성의 적이 아니라 효율성을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정의와 효율성은 종종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 시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이 상호 조응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 경제법적 시각이기도 하다.
이 논의는 산업경쟁규제에서 결정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과점의 형성,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봉쇄처럼 시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권력 집중은 분산된 지식의 조정 시스템 자체를 훼손한다. 이는 하이에크가 경계한 ‘국가 개입의 자의성’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붕괴시킨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동일한 문제다. 따라서 경쟁법은 단순히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처벌적 규범이 아니라,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 조건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효율성은 정의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법적 규칙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법이 예측 가능성과 일반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때, 하이에크가 강조한 자유의 조건 역시 현실적 의미를 갖게 된다.
하이에크가 법과 시장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그린 이상적 그림은 부분적으로는 과도하게 단순화되어 있지만, 시장 정보 구조를 보존해야 한다는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효율성을 촉진하는 법은 시장을 방치하는 법이 아니라, 정의로운 경쟁 조건을 보장해 효율성을 실현하는 법이며, 산업경쟁규제는 그 대표적 형태다. 따라서 오늘날의 법체계는 하이에크적 법치주의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내부의 권력과 정보 불균형을 교정하는 규범적 기능을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비로소 자유, 정의, 효율성이 상호 보완적으로 정상 작동하는 사회경제 질서가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