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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Jul 23. 2024

여름의 즐거움, 밭일과 수확

 올 해 우리반 아이들은 작은 밭 하나를 가꾼다. 그 크기에 대해서 말하자면, 반 평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반 평도 되지 않는 작은 땅에 담임의 욕심으로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4월에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모종이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엄청난 생산물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당번을 정해 밭에 물을 주기로 했는데 매일 남아서 청소를 하는 일도 당번의 일이다보니 난이도가 너무 과중해진 것 같아 1인 1역으로 새로운 직업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농부! 평소 내가 밭을 가꾸러가면 잘 따라나서던 아이들을 골라 농부로 지정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이 있고 식물의 성장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은 한 학기간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 농부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밭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 물뿌리개와 호스를 이용해 작물들에게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방울토마토의 새순을 따준다. 아이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올해 토마토 농사는 아주 성황이다. 

꽃이 피기 시작한 방울토마토


토마토 줄기에 푸른 토마토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고추는 어떤가, 나는 고추 모종을 6개밖엔 심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반에는 고추가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다. 오이고추 모종과 청양고추 모종을 섞어 심었더니 아직 눈이 그렇게 예리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 고추가 매운 고추인지 뭔지 구분을 못한다. 큰 게 오이고추고 작은건 청양고추다 하고 일러줘도 사실은 고추를 먹고 날뛰는 것을 즐기는 건지 청양 먹고 맵다는 녀석이 항상 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보면 저들끼리 내기를 하고 청양 고추를 먹고 맵다고 교실과 복도를 뛰어다니느라 난리다. 밭에서 난 고추마저도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거리가 된다. 일종의 맵부심이 있는 아이들은 청양고추든 오이고추든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자기는 매운 맛을 좋아한다고 자랑을 한다.

예쁘고 예쁜 가지꽃

  가지농사도 마찬가지로 성황이다. 가냘픈 가지 모종 줄기에 주렁주렁 달린 거대한 가지들은 내게서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가지는 요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엄마를 가져다 주겠다는 아이들 말고는 일종의 비선호 작물이다. 덕분에 올 여름 신선한 가지는 원없이 먹고 있다. 가지를 버터에 구우면 그렇게 향긋할 수가 없다는 것, 라이스 페이퍼에 감싼 가지를 기름에 튀기면 고기보다 더 맛있는 튀김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가지를 도마에 썰면 보랏빛 물이 나온다는 것 등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농부들이 밭에 물을 주고 바구니에 한 학기간의 노력의 결과를 가득 따온다. 바구니에는 방울토마토도, 고추도 가득이다. 방울토마토는 점심을 먹고 나온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거리가 되서 반 아이들 전체가 열심히도 먹어치운다. 매운 고추를 엄마에게 먹여주겠다며 챙기는 녀석들도 있다. 올 해는 역시 뽑기운이 좋은 편이라 아이들은 나의 것도 항상 챙겨둔다. 이렇게 착한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나올까? 행복은 오늘도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반 효녀들
탐스러운 방울토마토와 고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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