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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by 밤과 꿈


아찔한 시간의 절벽이다.


붉은 울음을 토하며 무너지는

시간 위로 한 마리 물새가 날아가고


날마다 겪는

생몰(生沒)의 장엄한 순간이다.


저와 같이

사라지고 스며드는 모든 일이

숨 막히게 아름답고

마음 설레는 시간의 국면이니


사람이 노년에 들어가는 시간도

젊을 때와 같이 아름다워서

여전히 가슴이 두근두근할 일이다.




NOTE


일출보다는 일몰이 더 아름답다.

일출은 짧고 태양의 시간이 이어지기에 여운이 없다.

반면, 어둠을 끌고 오는 일몰의 여운은 마음에 길게 남는다.

마음에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 저물어가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밖에.

이십 대에는 홍도에서, 최근에는 탄도 바닷길에서 자신이 일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했다.

붉음과 어둠이 혼재하는 탄도 바닷길에서 생각하기에, 저물어가는 내 인생도 저와 같이 아름답고 장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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