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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질문 천재가 살아요.

말 많은 아이가 질문 많은 아이로 커가는 비법

by 자유인

우리 집 막내 시온이는 초등 2학년 과정 중에 있다. 세 아이들이 모이면 자기네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

"첫째는 초졸이고, 둘째는 초등 중퇴고, 셋째는 유치원졸업이란다."

이런 얘기를 나누며 자기네들끼리 껄껄거리며 웃고 떠든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대안학교이다. 국내 대학은 물론이고 중간에 공교육으로 다시 옮겨가려면 검정고시도 봐야 한다. 물론 아이들의 학업 수준이 공교육의 기준에 미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좀 다른 교육을 받을 뿐이다.


5시 하교 시간에 맞춰서 초등 6년인 둘째와 막내를 데리러 가면 늘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내게 보내시며 아이의 하루 일과 중 중요한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 한 반에 5명밖에 되지 않으니 아이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돌봄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 하루 종일 8살 된 아이들 5명을 밀착해서 지도하는 일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본래적인 개성을 드러내고 선생님의 지도 속에서 다듬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셋째 아이는 옹알이도 빨랐고, 입으로 많은 소리를 내는 아이였다. 물론 말도 좀 일찍 시작했고 말로 구사하는 표현들도 첫째, 둘째보다 풍부했다. 누나와 형이 연년생인데 비해 5-6살 터울인 형님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늘 말 많은 환경에서 자란 탓에 아이도 말이 많아졌나 싶다.


작년 여름에 재직 중인 대학에서 초등생 대상으로 코딩교육 특별프로그램이 운영되어서 막내를 이틀짜리 특강에 참여시킨 적이 있다. 소규모 수업이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에 진행하셨던 선생님께 말씀을 들어보니 자신의 상황을 즉시로 표현하고 도움을 구하면서 빠르게 적응해 가는 특성이 있다고 하셨다. 엄마인 나로서는 말이 많다 보니 미성숙한 아이가 가리지 않고 표현을 할까 봐 걱정을 한 적도 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형님들 사이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살아온 탓인지 관계에 대해서도 눈치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천만다행이다.


이런 막내는 레고나 색종이를 갖고 놀지 않는 한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물론 만들기가 끝나면 그것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소상히 설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 아이다. 나는 이 아이를 키우면서 막내가 단순히 말이 많은 것이 아니라 엄청난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라는 것도 알아가고 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엄마인 나에게 수십 가지의 질문을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도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친구들의 반응 중에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은 죄다 질문으로 쏟아낸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도 하늘을 보며, 해를 보며, 달을 보며, 새소리를 들으면서도 질문을 쏟아낸다. 아이의 질문에 응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질문하기는 역시 고도의 대화기술이 맞음을 확신하게 된다.


질문의 단서가 없으면 상상과 가정법을 동원한 질문을 퍼붓기도 한다.

가령 "엄마는 비행기를 만든다면 어떤 비행기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질문하면

나는 너무 쉽게 "우리 가족들이 모두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많이 크지 않은 비행기" 정도로 답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그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비행기의 기능과 생김새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하고, 그 비행기에 필요한 과학적 원리들은 지금껏 종이로 미니카를 만들거나, 몰펀과 레고를 이용해서 만들었던 경험, 어딘가에서 들었거나, 책에서 본 모든 기억들을 동원해서 다시 엄마가 모를 것 같은 것들만 골라서 또 질문하고, 설명하고를 반복한다.


수업 중에도 이 아이는 질문이 참 많을 게 뻔하다.

아마도 즉각 질문을 하지 못하고 어떤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에 인내를 배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꼭 배워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얼마 전에는 과학 수업 시간에 지층에 대해 배웠는데, 자신이 어떤 질문을 했더니 선생님께서 "6학년이 질문할 만한 질문을 했다"며 자신이 점점 좋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신감까지 붙어가고 있다.


말 많은 아이가 질문 많은 아이로 커가는 것은 부모로서는 기특한 일이다. 하지만 자식사랑에 큰 부모인지라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이가 때로는 성급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책을 읽다가 던지는 질문들은 책의 스토리가 끝날 때까지 읽으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도 있기에 이런 류의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찾도록 답을 주지 않고 현재 하던 일에 더 집중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 요즘 들어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이미 있으면서 그건 드러내지 않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질문을 하기 전에 자기 생각을 먼저 표현하고 그 생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으로 바꾸어 표현하게 하기도 한다.

엄마로서 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아이의 질문을 받아주는 데 누가 가장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아이의 질문 공세에 가장 반응을 못해주는 사람은 바로 엄마인 나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집에 돌아오면 지킨 큰딸도 아이의 질문에 반쯤은 대꾸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다. 대신 늘 아이의 질문에 호응해 주고 함께 웃으며 대화꽃을 피워주는 사람은 둘째 형과 남편이다. 막내의 질문 공세가 있는 대화를 하면 남편은 기분이 늘 좋아져 있고 '시온이는 질문 천재'라며 추켜 세워준다.


유독 말이 많은 DNA를 품고 태어난 아이의 본성과, 학생들마다의 개성에 맞는 돌봄과 교육이 함께 있는 대안적 교육환경, 막내에게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는 형님들, 아이의 질문 공세에 질문 천재라며 엄지 척을 해주는 아빠, 아이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낄끼빠빠 하는 나의 메타인지.


이런 요소들이 모두 합하여져서 막내 시온이는 오늘도 질문 천재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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