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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Jun 27. 2024

자존감이 낮아서 우울한 이들에게

우리 자존감 절대 지켜

나는 한때 자존감이 바닥을 친 적이 있었다. 일 년 전 퇴사하고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가 선택한 길인데 백수가 된 것이 너무나도 초라하고, 기자로 다시 복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열정을 가지고 하던 일을 그만두니 공허함이 컸다. 병원에 가서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들에게도 말해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심지어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면접에 떨어져서 자존감이 떨어져 우울해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기자 외에 다른 직업은 상상도 해본 적 없을 뿐더러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을 너무나 사랑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더 이상 푸념을 늘어놓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이런 글도 연재하며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 지난 날의 나를 돌이켜 보면 열심히 일했고 충분히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나아진 건지 스스로 마인드를 달리 먹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다. 지금 난 내 자신을 꽤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실패를 겪을 때마다 개미만큼 작아져서 꽁꽁 숨고만 싶어진다. 나도 그 기분을 잘 안다. 내 생각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지만 꾸준히 노력한 덕분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노력형이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다.


첫 번째, 작은 것부터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나는 퇴사 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나 자신이 초라하고 거지 같았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도 하고,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다 보니 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리고 오늘은 보험 설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보험 설계사를 할 건 아니지만 따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 도전하게 됐다) 자잘한 것들을 해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된 것 같아진다.


꼭 자격증이 아니어도 된다.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서류 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보게 됐다거나, 일하면서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하지 않은 것 등. 모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다. 성취감을 계속 느끼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과 멀어지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예전에 이런 친구가 있었다. 남들과 외모나 사는 곳을 비교해가며 자신을 내리깎는 취미가 있는 친구였다. 더 큰 문제는 자신만 깎아내리면 되는데 나까지 한데 묶어 같이 자존감을 짓밟는 것이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평생 모아도 저런 집에는 못 살걸?", "우리가 어떻게 저런 존잘을 만나." 등등.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꽤 내려갔었다. 그냥 무시하면 되는 말인데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나는 ESTP여서 그런지 인간관계를 냉정하게 잘 정리한다. (이런 부분도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곁에 두어도 하등 쓸모 없다. 나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어느 누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관계를 끊기 위해선 단호함이 필요하다. '이 사람 한 명 없어도 인생 사는 데 문제 없어' 라는 생각. 이런 마인드가 중요하다. 실제로 나는 그 친구를 끊어낸 뒤 아주 잘 살았다.


마지막은 현재 안 좋은 상황에 놓였다면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그맨 윤성호 씨는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지 않다가 '뉴진스님' 캐릭터로 갑자기 빵 뜨게 된다. 윤성호 씨는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책상 밑에 숨어 있는 것이 가장 편했다고 말했다. 윤성호 씨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잘 되려고 지금 이렇게 힘드세요?"


나는 이 말을 듣고 꽤 놀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나는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건넨 적도,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정말 힘든 사람은 어떤 위로를 해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내가 그랬다. 암담한 상황 속에서 나아지지 않을 것만 같고 자꾸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윤성호 씨가 건넨 담담한 질문은 나에게 강력한 힘을 주었다. 나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전성기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아침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비 온 뒤에 맑게 개고 땅이 굳는 것처럼, 우리는 시련을 겪은 뒤 더 강해진다. 그리고 더욱 강해진 우리는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가 된다.


나는 내가 얼마나 잘 되려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을 겪었나 생각해봤다. 지금까지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남았다. 우리는 충분히 멋있다.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쯤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갰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잘 되려고 이렇게 힘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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