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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Aug 23. 2023

회귀

파리 7구 로댕미술관 <생각하는 사람>과 <나폴레옹 묘>가 있는 돔 성당




심장에서 한 줌 흙을 퍼낸다.

언젠가부터 몸속에서 흙냄새가 느껴진다.


자고 일어나면 조금씩 마비되는

몸의 일부는 살며시 닿기만 해도

바스러지는 흙덩이로 변하고 있다.


희읍스레한 빛이 주위를 휘감는 거리

사람들에게서도 흙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때로는 비릿하고 매캐한, 때로는 역한 냄새가.


그들도 시나브로 가뭄에 바싹 마른 흙더미처럼

한 줌 가루 되어 덧없이 허공으로 흩어질 텐데

흐린 눈 무심한 얼굴로 기계처럼 바삐 움직인다.


언젠가부터 몸의 일부는 흙빛을 띠며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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