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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해인 Oct 20. 2024

17. 사나이 대 사나이?

연장을 꺼내며

 #이수광 - 장물 처리 중

 이수광이 웃는 얼굴로 장물아비 장 씨의 어깨를 툭툭 친다.


 장 씨는 사고로 청각을 잃어 소리를 듣지 못한다.


 “뭐여? 형님이 왜 여기 있어? 몇 년 더 남지 않았어?”


 장 씨가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한다.


 “어어, 급히 할 일이 있어서 잠깐 나왔어.”


 사연을 줄줄이 말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건 아니라고 넌지시 화두를 던진 뒤, 이수광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장, 네가 도와줄 일이 있어.”


 이수광이 양태호의 사업장에서 몰래 가져온 물건과 홍준영에게 받은 물건이 담겨있는 커다란 가방을 장 씨의 작업용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이것들 좀 급히 현금화시켜줘.”


 “형님, 혹시 한국 뜰 생각인 거여?”


 “한국 뜨기 전에 이승 먼저 뜨게 생겼어. 몸이 예전 같지 않네. 힘들어 뒤지겄어.”


 “무슨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랴. 내가 성한테 받을 잔금이 얼만데.”


 “이따 다시 올게. 오늘 야근 당첨이야.”     





 #진강석 - 총 꺼내는 중

 인류가 강철과 화약을 어마무시하게 공격적인 방법으로 조합해 착안해 낸 발명품은 장내에 대대적인 파란을 일으킨다. 


 “뭐야뭐야뭐야!” 조직원4가 외치자,


 나란히 서있던 조직원3이 호응한다. “뭐뭐뭐!”


 “와……, 나 실제 총 처음 봐.”


 황중근 이사는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권총 앞에 황중근 이사가 이십 년쯤 젊어진다.


 소년의 눈으로 그가 하나마나 한 질문을 던진다.


 “경찰이 가지고 있는 거니까, 당연히 진짜겠죠? 방아쇠를 당기면 탕, 하고 총알이 나가는…….”


 진강석이 검지를 방아쇠 근처에 두고 총구를 질문자에게 향하게 한다.


 “지난주까지는 잘 나갔는데 오늘은 또 모르죠? 확인해볼까요?”


 황중근 이사는 난생처음 만나는 경찰의 궤도를 살짝 어긋난 것 같은 직업적 윤리관보다 38구경 권총이 지니고 있는 공학적 절묘함에 한층 더 놀란다.


 핀조명 빛을 받은 방아쇠가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번쩍 빛난다.


 같은 편이 들고 있는 권총에도 잔뜩 쫀 홍준영은 두 손을 어깨 위로 번쩍 들고 경찰을 말린다.


 “총은 내려놓고 말해! 무슨 총을 그렇게 함부로 꺼내.”


 “그러게.”


 진강석이 순순히 시인한다.


 “이거 한 발 쏘면 하루가 피곤해지는데. 조심해야 돼.”


 극의 장르가 느와르에서 범죄수사물로 바뀔 때 불리한 건 아무래도 범죄자들이다.


 진강석이 총구를 전방으로 향하게 한 뒤에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그러자 사전에 동선이라도 맞춘 것처럼 조직원들이 두 팔을 번쩍 올린 채로 뒷걸음질 친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마약범죄자 양태호는 경찰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작금의 문제를 사나이 대 사나이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사나이 대 사나이?”


 진강석이 되묻자, 양태호는 사나이라면 모름지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법이라며 그 검정색의 신문물은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다.


 애초에 타격감이 없어 재미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권총으로 범인들을 소탕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격에는 영 자신이 없던 진강석은 범죄자의 기분도 맞춰줄 겸 냉큼 총을 재킷 주머니에 넣는다.


 “이러면 된 건가? 사나이 대 사나이의 방식?”


 그러다가 최소한의 보험은 있어야 할 것 같았는지 다시 총을 꺼내든다.


 “역시 안 되겠네요. 일단 들고만 있을게요.” 


 총 하나에 자지러지는 부하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지켜보던 양태호 사장은 이때가 아니면 언제 그러겠냐는 듯이 마음껏 업신여긴다.


 “야야야! 저 조그만 총에 몇 발 들어있지도 않아. 그리고 경찰들이 총을 아무 때나 쏠 수 있을 거 같아? 절차가 얼마나 까다로운데. 절대 못 쏴. 겁먹을 필요 없어.”


 거기까지 말한 양태호는 보다 느긋해 보이는 인상을 심어주기위해 관심 가는 이성이나 동성 앞에서 멋을 부릴 때나 가끔 꼬나물던 담배를 꺼내든다.


 마지막 남은 담배임을 확인하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이제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불만 붙이면 될 것을 그새를 못 참고 경찰이 관심을 빼앗아간다.


 진강석은 총구로 눈앞의 범죄자들을 한 명 한 명 콕콕 집어가며 수를 센다.


 양태호 사장, 황중근 이사, 조직원3, 4, 5, 6, 11.


 “맞아. 실탄은 4발 들어있어. 근데 단순 확률 계산으로 따지면, 일곱 명 중에 네 명은 총에 맞는다는 소리야.”


 물론 모든 총알이 표적물에 올바르게 적중하는 기적적인 확률을 이겨냈을 때 얘기지만.


 웅성웅성. 범죄자 일동이 당황한다.


 확률이라고 하면 로또부터 떠올리고 보는 그들에게 일곱 중 넷은 거의 백 퍼센트처럼 느껴진다.


 그 틈에 진강석은 홍준영을 묶고 있던 노끈을 무사히 풀어낸다.


 “누가 일곱 명이래? 설마 서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조직에 이렇게 사람이 없겠어?”


 양태호가 부하들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자 조직원 다섯이 총구의 방향을 유심히 살피면서 일사불란하게 각 룸의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방에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장한 남자들이 흐느적흐느적 걸어 나온다.


 일곱 명이었던 범죄자는 삽시간에 두 배로 늘어난다.


 표적들이 많아지자 진강석은 강력한 전류가 전신을 훑고 있음을 느낀다.


 온몸이 순식간에 홧홧하게 달아오른다.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탁 트이는 상태가 되고 등골이 바짝 선다.


 범죄자와 조우했을 때 따라오는 친숙한 공황증세이다.


 그렇지만 타고난 포식자인 진강석은 서서히 감정을 다스리고 머리를 식힌다.


 호흡이 진정되고 머리가 차가워짐에 따라 그의 무뚝뚝한 얼굴에 미세한 미소가 떠오른다.


 “진짜 혼자 온 거야?”


 수적 우세에 잔뜩 신난 양태호 사장이 한껏 으스댄다.


 조직원4가 한술 거든다.


 “어이, 형사님. 무서우면 그대로 뒤돌아 나가면 돼. 아무도 안 잡아. 우리가 약속할게.”


 “응, 혼자 왔어. 차가 좁아서. 나 경차 타거든.”


 진강석이 경차 혜택을 줄줄이 읊으며 자랑을 시작한다.


 양태호가 말한다. “아아, 됐고.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글쎄?”


 긴장은커녕 장난스러운 진강석의 태도에 홍준영은 속닥댄다. “지원은 부른 거지? 언제 온대? 한 5분?”


 “나야 모르지. 아직 안 불렀으니까.” 집 금고에 모셔둔 목숨이라도 따로 있는지 진강석은 만사태평이다. “네가 지금 부르면 되겠네.”


 “핸드폰 쟤네들이 가져갔어.” 홍준영의 두 손이 빈 바지주머니를 더듬는다.


 “내 핸드폰은 차에 있는데.”


 “……뭔 소리야 그게? 왜?”


 “나 원래 일할 때 핸드폰 안 들고 다녀. 움직일 때 불편하잖아.”


 움직임에 방해되는 무거운 물건은 질색이라는 듯 진강석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 가끔 무기로 쓰면 좋긴 하지. 오늘은 좀 아쉽게 됐네.”


 “그럼 경찰에 신고는 어떻게 하라고!?”


 홍준영이 환장하겠다는 듯 얼굴로 비명을 만들어낸다.

 

 “내가 경찰인데 경찰을 왜 불러?”


 “사람 앞에 세워두고 뭐하는 거야? 하던 거 마저 해야지?”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과 싸던 똥을 중간에 끊는 걸 가장 싫어하는 양태호 사장이 불만을 드러낸다.


 “저희가 뭘 하고 있었죠?”


 홍준영의 목소리에 바짝 긴장하는 어감이 실린다.


 절도 업무 특성상 주로 혼자 일하다보니 여러 사람과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익숙지 않아 긴장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 홍준영이 자문자답한다.


 “아! 한창 대화하고 있었죠?”


 “이제 막 조지려고 했지. 당연히 누군가는 조져지는 거고.”


 양태호 사장은 차라리 잘 됐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경찰이 우르르 몰려왔으면 뒤처리가 훨씬 까다로웠을 것이다.


 범법자답게 잔뜩 기가 죽을 법도 했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는 은근슬쩍 두 팔을 내린다.


 “총도 계속 보니까 그렇게 무섭지는 않네.”


 “어느 쪽이 조져질지 바로 보이네.”


 진강석은 여전히 태평해 보인다. 총구는 여전히 범죄자들을 향하고 있다.


 양태호의 부하들은 대충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총을 들고 있는 경찰을 뚫어지게 노려본다.


 “……야,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홍준영이 속삭인다. 시선은 양태호 일행에게 고정되어 있다.


 진강석이 느긋하게 대답한다.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는데?” 


 “총이 있다고 해도 ……아무래도 내가 도와줘야겠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겁을 집어먹은 홍준영이 말한다. “무기 같은 거라도 없을까?”


 “안 도와줘도 돼. 그냥 잘 숨어만 있어.”


 사람들이, 그것도 머리보다는 몸을 써가며 일하는 인상파들을 눈앞에 두고 맘 편히 쉴 생각은 추호도 없는 홍준영은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는 듯이 주인을 걱정하는 강아지마냥 끙끙댄다.


 “열 명은 족히 되는데?”


 “열세 명.”


 진강석이 보고서를 수정하듯 인원을 정정한다.


 “저기 양태호까지 열넷.”


 그리고는 오늘 같은 일은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이 태연한 어투로 어깨를 으쓱한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자만해 보였을 그 모습이 왜인지 더없이 듬직해 보인다.


 “금방이야. 쟤네들이 연장만 안 갖고 있으면.”


 목소리 음량 조절에 소홀한 탓에 진강석의 말이 반대편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범죄자들의 귀에 모조리 들어간다.


 이어진 순서는 범죄자들이 각자 평소 애용하던 연장을 자랑하는 시간이다.


 범죄자들이 각자 허리춤에서 연장을 멋들어지게 뽑아 든다.


 손도끼, 회칼, 각목, 너클, 골프채, 장도리, 드라이버……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로써 혹시 모를 진강석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축된다.


 “…….”


 아무래도 조져지는 쪽은 본인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든 홍준영의 안색이 급격히 파리해진다.


 반대로, 양태호는 우월감에 휩싸인 표정으로 믿음직스러운 부하들을 휘이 둘러본다.


 직접 선별한 인재들답게 인상 한 번 더럽다.


 똘똘해보이지는 않지만 매서운 눈동자가 번뜩이고, 앙다문 입술은 핏기 하나 없는 보랏빛에 가깝다.


 지나친 흡연 탓이리라.

 몇몇은 약에 취해 초점이 불분명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직감한 양태호는 마냥 곱게 처먹지는 않은 나이에 기인한 난폭한 혀와 온갖 불법행위로 축적해 온 재력을 무기로 채택한다.


 “저 짭새 팔다리 한 짝에……, 아, 이건 너무 잔인하고. 이빨이나 손톱 하나당 천만 원. 현금으로 바로 준다.”


 사장님의 화끈한 제안에 부하들이 열광한다.


 조직원8이 묻는다.


 “저, 사장님! 발톱도 인정해줍니까?” 


 “어어, 뭐든 뽑아와. 다 인정해줄게. 눈알은 징그러우니까 빼고.”


 양태호가 보너스 지불 기준을 한 단계 완화한다.


 “우오오오!”


 조직원들이 환호한다.


 행동거지와 말하는 본새로 봐서 고등학교 교복도 못 입어본 애들이 태반일 게 분명하다.


 진강석은 배움이 짧은 범죄자들의 과격한 단어 선택에도 차분함을 유지한다.


 평소였다면 미란다원칙 고지와 범인 제압을 위한 주먹이 동시에 나갔어야 맞다.


 “막내야, 너는 아프니까 빠져있어라!”


 조직원3이 험상궂은 얼굴로 다정한 말을 뱉는다.


 조직원12는 골반전방경사와 무지외반증과 고지혈증, 고도비만, 위궤양, 통풍을 앓고 있다.


 거기에 탈모도 질병으로 친다면 총 일곱 가지 질병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일상 중에 발현되는 증상으로는 간헐적인 속쓰림에 불과했기에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한다.


 “아닙니다! 저도 싸울 수 있습니다!” 


 막내의 호방한 태도에 조직원들의 사기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진강석은 처음 가게에 들어서고부터 줄곧 본인을 노려보고 있는 사내의 시선을 순진무구한 얼굴로 고스란히 받아친다.


 사적인 감정은 없지만 이런 식이면 그 성의를 봐서라도 가장 먼저 패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뜨거운 시선이다.


 조직원6은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쉴 새 없이 말려 올라가는 정장재킷을 몇 번이나 잡아당기면서 진강석의 맹한 눈빛을 계속해서 받아낸다.


 저 건방진 경찰의 손발톱을 모조리 뽑아 내 집을 장만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충만해진다.


 당장 겁이 나서 오줌은 당연하고 똥까지 지릴 지경인데, 이 모든 상황이 재미난 장난이라는 듯 미세하게 웃고 있는 진강석을 보며 홍준영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아 더욱 불안해진다.


 운이 좋아 이곳에서 무사히 나간다 해도 여생 내내 똥오줌을 다른 사람 손을 거쳐서 지리게 될 것 같은 불행한 예감이 든다.


 그때, 황중근 이사가 외친다.


 “야, 소민아! 네가 먼저 나가서 경찰 아저씨 좀 혼내줘라.” 


 “예!”


 소민이라 불리는 조직원6이 터벅터벅 나온다.


 짧게 친 머리와 거친 구릿빛 피부가 사각턱을 만나니 더없이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이름이 소민이야? 이름 예쁘다.”


 진강석의 칭찬에서 야유를 감지해 낸 조직원6은 열이 바짝 올라 정장 재킷을 벗어 바 테이블 위에 대충 올려둔다.


 그걸 본 진강석이 참견한다.


 “정장을 저렇게 두면 어떡해. 옷걸이에 걸어서 둬야지.” 


 “짭새들은 원래 그렇게 말이 많은 거야?”


 조직원6은 길에서 우연히 동네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친숙한 어투로 말한다.


 “쥐새끼처럼 찍찍찍!”


 진강석의 냉정함은 딱 거기까지다.


 그 한마디에 진강석의 심장은 냉탕에서 온탕으로 자리를 옮겼고, 대가리는 열탕에 뛰어든다.


 이내 전신이 부글부글 끓는다.


 여자 이름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조직원6의 눈을 똑똑히 쳐다보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세게 패고 싶네. 전치 4주 정도 나오게.”


 곰곰이 생각해보면 총을 가진 입장에서는 제법 훈훈하고 너그러운 발언이다.


 침착하게 대화를 통해 격앙된 장내 분위기를 잠재워도 모자랄 판에 친히 도발성 멘트까지 날리는 경찰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홍준영은 진강석이 차에 핸드폰이 아닌 뇌를 두고 내린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진강석은 홍준영이 기를 쓰고 보내는 무언의 경고를 수신 거부한다.


 아무래도 지하라 통신상태가 다소 불량한 것 같다.


 “아아아, 지금 내가 총 들고 있어서 못 오고 있는 거지?”


 이쯤 되면 뭐라도 시작됐어야 하는데 늘어지는 대치 상황에 의아해하던 진강석이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총을 제자리에 집어넣는다.


 “자, 이제 내 손에 아무것도 없어.”


 “야야야! 온다!”


 홍준영은 들소처럼 돌진해오는 조직원6의 성난 몸짓을 목격한다.


 조직원6은 두뇌의 운용보다 몸의 운용에 훨씬 익숙한 사람이다.


 머리를 굴리느니 앞구르기를 하는 게 편한 그는 분노에 찬 기합을 내지르며 진강석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퍽―


 조직원6의 분노는 한순간에 사그라진다. 턱을 얻어맞고 기절한 채로 분노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


 진강석과 조직원6을 제외하고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남몰래 총을 발포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저리 한방에 쓰러지는 게 설명이 안 된다.


 “……지금 뭐했어?”


 홍준영이 묻자, 진강석이 손목을 털면서 시큰둥한 얼굴로 답한다.


 “뭐하긴, 범인 잡았지.”


 그때, 입사동기의 KO에 큰 충격을 받은 조직원5가 손도끼를 치켜들고 난폭하게 발을 구르며 홀을 가로질러 진강석에게 달려든다.


 “뒤져, 이 개새끼야!”


 과감한 단어선택과 달리 그리 박력 있는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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