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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김치 버리면 아깝잖아요!

같이 일하기 어렵겠네요...

by 마음리본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실제 인물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후엔, 김치 방금 어디 넣었어요?“


베트남에서 온 후엔과 정숙의 남편이 아침부터 실랑이다.

지완, 그는 외국계 IT기업에서 근무했었다.

다른 퇴직자들보다는 이른 나이,

그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떠밀리듯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빨리 자신의 사업을 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일하는 것만큼 요리하고 먹는 걸 좋아하는 지완이었다.

’먹잘알‘인 지완은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김밥집을 차렸다.

그는 특히 음식점에서는 맛과 거의 동등하게

청결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었다.


”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 셋째도 청결입니다. 맛은 그 다음이에요.“


”사장, 맛도 있어야지. 그렇게 청결만 강조해서야 남는 게 있겠어? “


나이가 60이 넘은 주방장 춘심은

다 키운 아들이 허구한 날 사업을 말아먹고

손을 벌리는 통에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됐다.

미소 김밥엔 고마운 존재였다.

요즘엔 요리 잘하는 주방장은 찾기 어려웠다.

지완은 월급을 더 주더라도

베테랑 요리사를 고용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김치 재활용 절대 안 돼요.

프라이팬도 냄비도 조금만 벗겨지면 다 버려주세요. “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각,

미소김밥의 주방은 이미 분주했다.

지완은 언제나처럼 주방 한쪽에서 칼과 도마를 점검하고,

재료 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반면 후엔은 김치통 앞에서

수상쩍은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후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지완의 목소리가 다소 날카로웠다.

후엔이 멈칫하며 뒤돌아봤다.

“아… 아까 손님이 남긴 김치예요.

손도 안 댄 거예요. 아깝잖아요.”

“뭐라고요?” 지완의 얼굴이 굳었다.

“그거 다시 쓰면 안 됩니다. 반찬 재활용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후엔은 당황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지완 사장님. 예전에 일하던 식당 다 이렇게 했어요.

괜찮아요. 낭비 아니고, 다들 그렇게 해요.”

“아니, 여기서는 안 됩니다.”

지완은 단호했다.

“손님 상에 있던 음식은 절대 다시 쓰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요. 다시 쓰면 안 돼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김치 아깝잖아요. 이거 맛도 괜찮아요.”

“아깝고 말고가 아니라, 원칙 문제예요.

우리는 고객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 음식점이라고요.”

주방 공기는 팽팽한 실랑이로 무거워졌다.


그때 정숙이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아침부터 목소리가 커요?”

지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엔이 남은 김치를 다시 쓰겠다고 해서요. 몇 번을 말했는데 말을 안 들어요.”

후엔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저, 나쁜 의도 아니에요.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정숙은 잠시 후엔의 표정을 살폈다.

죄책감과 체념이 섞인,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눈빛.

그때까진 그녀도 사정을 몰랐다.


며칠 후였다.

가게 리뷰 게시판에 이상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여기 김치 재활용하는 곳.

내가 주방 아줌마 반찬통에 도로 쏟는 거 다 봤음. 다시는 안 감.”


그 한 줄의 글은 가게를 뒤흔들었다.

지완은 그날 모두를 모아놓고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심각한 문제예요.

위생에 관한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끝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후엔 씨 계속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지완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놀랍도록 차가웠다.

화를 내거나, 얼굴을 붉히지도 않았다.

정숙은 그런 지완이 때로 낯설게 느껴졌다.

지완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후엔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숙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보, 잠깐 후엔이랑 이야기 좀 할게요.”



-4화, 목요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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