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me to the moon
한병철 읽기(8), 폭력의 거시 논리, 9월 30일 단상
그곳에서 만나요
엘라의 목소리가 세 번째 이어진다. 그녀는 읊조리듯, 가사를 따라간다. '말하자면, 말이에요...', 웅성거림,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는 다시 시작된다.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끊어졌는가 하면, 엷은 음성은 봄 새싹처럼 고개를 내민다. 'for ever more...' 단절되었다가, 잠시 열린 빈틈으로 새어 나온다.
마법 같은 'in other words'에 의해 노래는 계속되고, 그녀는 비로소, 다른 장소에 있을 수 있다. 시간 없는 장소에서,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할 수 없음'을, 향한다.
빈집 한구석에 무릎을 손으로 감은채 그녀는 있다. 바닥에는 먼지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고, 누렇게 바랜 벽지는 곳곳이 뜯겨있다. 텅 빈 공간은 해체되었다. 흔적들, 기억의 편린, 잊힐 수 없는 노래는 더 이상 묶여있지 않다. 파괴되어버린 것은, 같은 폭력으로 되먹임 되지 않는다. 부재의 현존은 뜨거운 육체에 잠시 머물기에.
그녀는 계속 찾고 있다.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곳은 사라질 수 없다. 'hold my hand...' 뜯어진 벽지 어딘가, 창문틀 사이, 발자국이 찍힌 먼지의 경계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패배의 온도를 넘어선, '사랑을' 그녀는 사랑한다. 'please, be true...'
시간은 어떠한 강요도 없이 느리게 해체한다. 사랑의 강도는 언제까지고 시간을 넘어설 수 없다. 반복되는 노래를 통해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끊어지고, 단절되고, 무화되는 순간은 도래할 것이다. 노래가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다만 집중할 뿐이다, 이 순간을 위해, 오직 그곳을 위해. 반복할 수 없는 것을 계속하고, 묶을 수 없는 것을 묶는 일. 그녀가 유일하게 계시받은 일이다.
그녀는 다시 불을 피운다.
I worship and adore,
창밖, 가을 하늘은 더욱 멀어져 있다.
In other words,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향하여
I love you...
'권력은 자아와 타자를 서로 묶어주는 관계다. 권력은 상징적으로 작용한다. 즉 관계를 만들고 함께 모으는 작용을 한다.' -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