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후유증

by 빅토리아백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김용택 시인의 ‘내 사랑은’이라는 시다.


이 시를 보면 그에게 첫 고백을 받았을 때가 떠올라서 더 애착이 간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당신과 함께 먹고 싶고

좋은 것을 보면 당신과 함께 보고 싶고

이것이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내 마음은 그러합니다”

수 십 년이 지나도 그의 떨리는 눈빛과 목소리가 선명하게 기억이 나다니!

이 말을 듣는 그 순간 내 심장은 쿵! 쿵! 미치게 설레게 만들었다.

사랑은 방심하고 있는 어느 날 내 앞에 쿵! 하고 떨어졌다.

나에게 너는 첫사랑이었다.

뉴튼의 사과처럼 쿵!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굴러 떨어졌다.

지구 안의 누구도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첫사랑!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랑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내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하게 쿵! 떨어지는 느낌이다.

벗어나고자 애써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 같은 첫사랑이다.


누구도 첫사랑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처음이란 게 다 그렇겠지만, 첫사랑만큼 강렬한 화인을 남기는 경험은 드물다.


그전까지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며, 그런 눈동자를 본 적이 없고, 그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내 눈이 그를 향하고 그 사람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세상의 중심이 다 그 사람이 되고 우리가 함께 한 장소는 고스란히 남겨두고픈 소중한 추억이 된다.

그 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그 사람을 깊이 생각하다 보니 처음부터 내 사람 같고, 내 곁에 없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너무 외롭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그 사람의 아주 좋은 것들만 기억하려 애쓴다.

그 사람의 좋은 인상, 좋은 습관, 좋은 눈빛, 좋은 말투, 좋은 옷차림, 좋은 태도, 나와 함께 보낸 좋은 시간들.

나는 첫사랑 후유증을 앓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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