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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14. 2023

국물맛에 인심을 끓여내는 맛집 <장안해물보말칼국수>



작년 이 맘 때 가족들과 함께 한 제주 여행길에 이틀 연속 아침을 먹었던 칼국수집이 하나 있다. 한림읍 쪽에 자리잡은 한림칼국수란 곳이었다. 보말이 들어간 매생이 칼국수가 주메뉴인데, 국물맛이 아주 매우 정말 끝내줬었다.


얼마전 다시 한번 제주 여행 계획이 잡히자 가족들 모두 그 맛이 많이 그리웠다며 꼭 한번 다시 가자고 별렀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여행 계획이 정반대쪽이었다. 제주도 여행객들이 흔히 나누는 동편 서편 지역 중 올해 우리 가족이 가기로 한 건 동편 쪽이고, 베이스캠프도 거기 맞춰 구좌읍 쪽에 잡았는데, 한림칼국수는 그 반대쪽인 서편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그래봐야 같은 제주도 안이고, 거리로 따져봐도 불과 몇십 킬로미터 밖엔 안 되기 때문에 사실 가자고 맘만 먹으면 못 갈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서편 지역을 중점적으로 돌아봤던 지난해와 반대로 동편 지역 여행을 타겟으로 삼은 데다가, 그리 길지 않은 여행 일정까지 고려하면 고작 칼국수 한 그릇 먹자고 동서를 넘나드는 건 비효율적이란 판단이 들었다.


나름 합리적인 이유요 선택이긴 했으되, 사람 마음이 참 희안한 게 한번 먹고 싶단 생각이 꽂히자 쉽게 포기가 안 됐다. 결국 우리 가족은 나름 열심히 잔머리를 굴린 끝에 '같은 제주이니만큼 동편 지역 어딘가에도 보말칼국수 잘하는 집이 분명 있을 거얏!' 하고 희망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발견한 집이 바로 숙소와 같은 구좌읍 지역 내 김녕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장안해물보말칼국수였다.



인터넷 검색 결과 제법 많은 블로그 리뷰가 달려있는 데다가 전체적인 평들까지 두루두루 좋은 게 맛집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에 더해 해당 리뷰들에 곁들여진 사진을 보니 딱 우리 가족이 반했던 제주도 스타일의 보말이 듬뿍 들어간 비주얼 역시 우리가 찾던 바로 그 맛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장안해물보말칼국수는 우리 가족이 기대했던 제주 특산 시원한 국물맛을 선사했다. 1인분씩 따로 덜어주는 한림칼국수와는 달리 큰 냄비에 함께 담아와 식탁 위에서 끓여먹는 방식이란 점에선 좀 달랐지만, 보말 한 웅큼과 함께 미역 류로 보이는 해조류가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맛을 보여줬다. 여행 기분에 들떠 전날 거나하게 한 잔 마신 덕분에 생긴 숙취가 한방에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칼국수 맛도 좋았지만, 우리 가족을 더더욱 감탄케 만든 건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서려는 찰나 사장님이 가게 입구에 잔뜩 쌓아놓은 귤 상자를 가리키며 "집에서 먹으려고 농약 안 치고 재배한 거니까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며 양껏 집어가라고 권해주셨던 거다. 제주가 비록 귤이 흔해빠진 동네라곤 해도 농약 안친 거라며 귤을 권하는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사장님의 진정성이랄까 믿음 같은 게 문득 느껴졌다.



나는 맛집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집보다 맛이 탁월하게 뛰어난 맛집이 있는가 하면 맛보다는 건강에 중점을 두는 맛집도 있고, 가게 분위기가 좋아 기분이까지 좋아지는 맛집도 있으며, 주변 뷰가 좋아 여행 기분을 한껏 고조시켜주는 풍경 맛집도 있는 거다. 또 주인장 인심이 좋아 잘 아는 지인집에 초대받아 가서 대접받는 듯한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맛집도 있다.



장안해물보말칼국수의 경우 그 맨 마지막 유형인 잘 아는 지인집에 초대받아 가서 대접받는 듯한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맛집이었다. 직접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분명 믿을만한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집이기도 했다. 제주도 여행길에 혹시 구좌읍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한번 가서 맛을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단 얘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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