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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Oct 17. 2016

'메타포(은유)'란
감춰진 무언가를 깨닫는 것

인공지능의 시대, 창의성이란?(9편) - 영화 <일 포스티노>의 메타포


인공지능의 시대, 창의성이란?


1편,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의 활약(https://brunch.co.kr/@bang1999/145)

2편, 이미 수준에 오른 인공지능의 작곡 능력(https://brunch.co.kr/@bang1999/147)

3편,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최신작을 접하다(https://brunch.co.kr/@bang1999/148)

4편,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TRIZ & SIT(https://brunch.co.kr/@bang1999/150)

5편인공 신경 회로망(ANN)의 완성, 딥 러닝(https://brunch.co.kr/@bang1999/152)

6편, 인공지능 + 창의성 학습 + 유전자 프로그래밍 = ?(https://brunch.co.kr/@bang1999/154)

7편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에 인공지능을 얹는다면?(https://brunch.co.kr/@bang1999/157)

8편인간의 위대함, 유머(Humor)와 위트(Wit)!(https://brunch.co.kr/@bang1999/160)




(8편에 이어)



영화 <일 포스티노>가 보여주는 메타포의 세계


유머와 위트에 이어 제가 생각하는, 결코 인공지능이 따라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인간 본연의 것 두 번째는 바로 메타포(Metaphor, 은유)입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1994년)


혹시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1994년)를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한 작은 어촌으로 망명 온 칠레의 혁명가이자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그의 임시 우편 배달부인 마리오와의 우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간신히 글만 읽을 줄 알던 촌뜨기 노총각 마리오가 네루다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시(詩), 구체적으로 말하면 메타포의 세계에 대해 눈 떠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리오는 이렇게 알게 된 메타포를 자신이 열렬히 흠모하는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에게 훌륭하게 활용함으로써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는데요, 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다음의 대화를 읽어보시죠. 마리오와 첫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베아트리체가 그녀의 고모인 로사부인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로사부인 : 말 좀 해봐라. 뭐라고 하든?

베아트리체 : 메타포(은유)?

로사부인 : 메타포로 뭘 했는데?

베아트리체 : 얘길 했어요. 내 머리는 나비의 날개짓 같다고 했어요. 당신의 미소는 장미요, 땅에서 움튼 새싹이요, 솟아오르는 물줄기입니다. 그대 미소는 부서지는 은빛 파도이며...


마리오와 베아트리체


로사부인 : 그래서 넌 어떻게 했니?

베아트리체 : 뭐라고 말했냐구요?

로사부인 : 아니, 무슨 짓을 했느냐고! 그 배달부는 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도 있지 않느냐.

베아트리체 : 그는 순결한 여인과 함께 있는 것은 파도가 부서지는 하얀 백사장에 있는 것과 같다고 했어요.

로사부인 : 그래서 너는?

베아트리체 : 그분도 날 바라봤어요. 내 눈을 보다가 갑자기 내 머리를 응시했어요. 아무 말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어요.

로사부인 : 남자가 말로 유혹하기 시작하면 금새 손을 뻗는 법이야.

베아트리체 : 말을 하는거야 어때요.

로사부인 : 말이 제일 나쁘다. 차라리 술에 취해 엉덩이를 꼬집는 것이 낫지. 네 꼴을 보니 그 놈이 손짓만 해도 넘어 가겠구나. 침대에선 시인이나 성직자나 다 마찬기지야. 공산주의자도 똑 같더라.



메타포란 그 안에 감춰진 무언가를 깨닫는 것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은유법이라 배웠던 것이 바로 메타포입니다. 메타포의 정의를 살펴보면, ‘수사법상 비유법의 한 가지로써 본뜻은 숨기고 비유하는 형상만 드러내어 표현하려는 대상을 설명하거나 그 특질을 묘사하는 방법’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쉬운 예로 마리오가 베아트리체를 보며 했던 말들이 다 메타포입니다. 당신의 머리는 나비의 날개짓 같고, 당신의 미소는 장미이며, 땅에서 움튼 새싹, 솟아오르는 물줄기이자 부서지는 은빛 파도라고요. 유치한가요? 이런 문장들은 연애할 때만 잠깐 쓰는 표현인건가요?^^ 한자로 은유(隱喩, 감출 隱, 깨달을 喩)는 ‘감추어진 의미를 깨닫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겉을 봐서는 모르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감춰진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요.


영화 <일 포스티노>는 메타포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영화에서는 메타포에 대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시인 네루다가 마리오와 함께 메타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마리오 : 마치 배가 단어들로 이리저리 튕겨지는 느낌이었어요.

네루다 : 배가 단어들로 튕겨진다고? 방금 자네가 한 말이 뭔지 아나?

마리오 : 아뇨. 뭐라고 했는데요?

네루다 : 그게 바로 ‘메타포’야.


"그게 바로 '메타포'야."


마리오 : (수줍어하며) 아니에요.

네루다 : 그렇다니까!

마리오 : 하지만 일부러 한 게 아니니까 진짜는 아니죠.

네루다 : 그건 상관없어. 느낌이란 순간적으로 생기는 것이니까.

마리오 : 그럼 선생님은 바다와 하늘과 강과 꽃과 나무와... 그런 것들이 있는 이 세상 모두가 무언가의 메타포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마리오의 말이 맞습니다. 바다와 하늘, 강과 꽃과 나무,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바로 이 세상이 메타포가 품고 있는 의미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그저 바다로만, 하늘을 그저 하늘로만 단순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물만 있을 뿐 감정도, 느낌도, 의미도 없습니다. 메타포가 없는 것이지요. 이는 인공지능이 디지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인공지능은 이 세계를 그저 0과 1로 대변되는 숫자의 연속으로 해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양과 질감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안에 담겨진 의미나 느낌이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마지막편에서 계속)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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