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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10. 2021

내 상사였던 사람의 뒷모습(후편)

회사 이후의 삶에 대하여


☞ 내 상사였던 사람의 뒷모습(전편)




어느덧 회사를 나온지도 


4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라는 직업으로 여러 강의와 개인 프로그램, 그리고 재무컨설팅과 칼럼 기고까지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네요. 시작하고 바로 안착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서서히 스며들 듯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황홀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이제는 전 직장이라고 해야겠죠?)는 딱 2번 방문했었습니다. 저의 졸저 2019년 초 <돈걱정없이 잘 살고 싶다면>과 2020년 말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이 출간되었을 때 책을 전달드리기 위함이었죠.


2017년 말 제가 명퇴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제 상사(부문장)이자 가장 믿을 수 있던 선배였던 그를 통해 명퇴 통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회사생활 23년의 종지부를 찍는 과정이 너무 허무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지는 순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결정되고 강제 집행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시 제 솔직한 심정은 아래 이야기를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292

https://brunch.co.kr/@bang1999/294



저는 회사를 나왔지만 


부문장은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방문했을 당시 그는 인사담당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죠. 좋아 보였고,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자신들의 안위만 살피는 임원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합리적이고 후배들을 생각할 줄 아는 그와 같은 임원도 꼭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했던 건 그가 오히려 저를 부러워했다는 점입니다. 당시는 아직 자리잡기 전이었기 때문에 일의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미약한 상황이었죠. 아마도 그에게는 프리랜서가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아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하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바쁘다 보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1월, 1년 9개월 만에 그를 다시 방문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정말 짧은 안부인사 만을 남긴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본 그의 모습은 1년 전과는 너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불과 1년 만에 팍 늙어 버렸다고나 해야 할까요? 과거의 눈빛에서 열정적인 빛이 느껴졌음에 반해, 이미 그 빛은 사그라들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며칠 후 그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찾아왔는데 제대로 얘기도 못해 보내 미안하다고 했죠. 그건 괜찮은데 얼굴이 너무 상해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제는 정말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많이 지쳤다고요. 그리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자신도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좀 놀랐습니다. 물론 임원까지 했으니 꽤 오랜 시간 잘 버텼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의 능력과 포용력을 보았을 때 아직 더 다닐 힘은 충분히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2주 전인 


올 4월 말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도, 저도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닌 신분이 되어 마주하니 살짝 현타가 왔습니다. 언젠가 마주칠 상황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대하게 되니 다소 어색한 게 사실이네요. 그는 전에 보았을 때보다는 다소 나아 보였습니다. 혈색도, 건강도, 표정도. 다행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쩌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어쩌면 퇴직한 그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일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경리 부문장을 역임한 관계로 해당 연금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로 보완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죠. 다만 운용 부분에서 제가 하고 있다는 자산배분 투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설명했고, 그는 열심히 들으며 질문했습니다.


제가 보았을 때 그는 이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임원을 하는 동안 많은 연봉을 수령했고, 더불어 고액의 퇴직금과 함께 등기 임원까지 한 연유로 앞으로 2년간 고문이란 직책으로 계속해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러함에도 압니다. 얼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든 간에 직장을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우선적 문제로 경제적 사안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지. 이것이 해결되어야, 혹은 어느 정도의 계획이 서야만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찌 보면 그에게 앞으로 2년은 황홀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고문으로 일정 월급이 계속 나오는데 반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죠. 물론 반대로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없어 지루할 수도 있겠지요. 최근에는 어학을 배우고 있다 하네요. 훌쩍 여행을 떠나고도 싶은데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는 상황이 다소 답답하다고 털어놓습니다. 올해 그의 나이는 58입니다. 은퇴를 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라 할 수 있죠.



어쩌면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소위 인생 2막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앞으로의 시간들을 무슨 일을 하며 채워갈 것인지가 그의 후반부 인생을 좌우하게 될 겁니다. 그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를 열심히 다닌 사람들의 특징이죠. 딴짓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고, 또 그럴 생각조차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만 겁니다. 그래서 회사를 나오자 방향성을 잃게 된 거고요. 조직의 일원으로 30년 가까이를 생활해 왔는데, 큰 배에서 내리고 보니 이 세상이 마치 미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점심 식사와 함께 1시간 반 가까운 이야기를 마치고, 그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악수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이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특별함이 서로를 끌어당기지 않는 이상 만나는 것이 그리 수월 치는 않겠다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회사라고 하는 공통분모의 힘이 약화된 지금, 이제 그와 저의 가는 길이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참으로 믿음직했고, 튼튼해 보였던 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왠지 서글퍼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솔직히 잘 압니다.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란 것을 말이죠. 하지만 계급장 다 떼고 사회에서 만난 그는 그저 나이 들어가는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그의 토로대로 직장을 떠나면 만날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그는 혼자라는 시간을 얼마나 잘 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그 시간을 잘 이겨내야만 그에게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 함께하게 될 겁니다.


그가 더 이상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해왔던 일이 아닌, 이제는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에 몰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일이 그의 인생 후반부 시간들을 더욱 빛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그의 뒷모습이 지금처럼 외로워 보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그가 다시 활기차고 씩씩한 모습으로, 예전의 듬직한 선배의 포스를 뿜으며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brunch.co.kr/@nabodado/229)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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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ang1999/765 


2.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본격적인 개인 재무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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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ang1999/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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