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외침에 내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고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그분은 아까 운동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번호를 알고 싶다며 혹시 알려줄 수 있는지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동네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설렘에 번호를 알려드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연인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분은 이 동네에 맛집이 많다며 하나씩 천천히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곤 맞은편 저쪽에도 맛집이 있다며
손가락 끝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프랜차이즈 맥주집이 있었다.
맥주집인데 치킨이 맛있는 재밌는 곳이라며 추천해 주었다.
우리는 그 맥주집에서 우리들만의 북크닉 2차를 시작했다. 오늘 내내 옆자리에서만 그분을 봤었는데 이렇게 가까이 마주 앉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약간은 어색했지만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다.
정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입고 있는 남색의 니트티가 제법 잘 어울렸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독서모임 때도 푸른 계열의 옷을 입었더랬다. 그래서일까. 그의 모습이 쪽빛과 닮아 보였다.
그분은 다시 한번 정식으로 자기를 소개했다.
나이는 나보다 네 살이 많았고
전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취미로 극단에서 연기 활동을 한다고 했다.
예전에 잠깐 운동을 했었는데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게 링 위에 올라가는 만큼 설렌다고 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시너지를 내며 극을
올리는 게 뿌듯하고 즐겁다며 웃었다.
연극 이야기를 하며 해사하게 웃는 그 미소가 참 좋아 보였다.
나의 취미는 글쓰기라고 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남기는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어플에
소소하게 근근이 글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분은 내 글에 관심을 보였다.
그 자리에서 몇 개의 글을 읽어보더니
내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해주었다.
이런 게 독자와의 대화인 건가? 신선하고 좋았다.
작가님이시네요.
라는 그분의 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겸손하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는데도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즐거운 대화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집에 도착한 뒤 나는 그분께 카톡을 드렸다.
오늘 정말 즐거웠고 맛있는 음식 사주셔서 감사하다.
다음엔 제가 맛있는 걸 사겠다고 했다.
그분도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다른 브런치 글은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내 글들 중 뭐가 좋을까 고민하며 글 하나를 링크로 보냈다.
그분은 좋은 글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고
우리는 그렇게 마무리 카톡을 나눴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락은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그분께 연락이 와있었다.
이제 출근한다며 상쾌한 아침이라는 톡이었다.
시계 기능만 하던 내 폰이 드디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게 되는 걸까?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분은 나를 그저 동네친구가 아니라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 순간 마음이 널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마음이 설렜다.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온 걸까?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품고
설렘이 가득한 경쾌한 손가락으로
서둘러 카톡에 답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