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번의 무게

by 유우주

새벽 6시반은 수영장 문을 가장 먼저 연다. 5시 40분부터 수영장 입장이 가능한데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길게 선 줄이 있다. 샤워기의 수요공급이 맞지 않아 먼저 입장해야 샤워기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시였던 수업을 6시로 바꾸면서 알람이 울리는 시간도 앞당겨졌다. 10분 일찍 출발했더니 추위를 피하러 들어온 새벽 고양이를 만났다. 늦게 귀가한 누군가의 따스함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KakaoTalk_20221030_193822266_04.jpg 새벽 고양이


수영장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얼떨결에 가장 먼저 줄을 서게 되었다. 뒤이어 온 아저씨들은 낮선 우리 등장에 이번 달은 경쟁이 붙었느냐고 수근거렸다. 잘못한 것은 없는데 괜히 뒷통수가 따가웠다. 1번은 가장 빠르게 카드를 찍고 샤워실에 입장한다. 많은 샤워기 중 물이 잘 나오는 샤워기를 선택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수영장을 볼 수 있는 특권까지 가졌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첫 발도장을 찍는 것처럼, 잔잔한 수영장 물에 처음으로 파동을 일으키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각 반의 1번은 수영장에 일찍 오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입수해서 워밍업을 돌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맨 앞에서 이끌지만 뒤따라오는 사람의 속도까지 살펴야 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너무 빨리 돌면 꼬리라고 부르는 맨 뒷사람을 잡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승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1번은 듣기 능력과 암기력이 좋아야 한다. 강사님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못한 뒷사람은 앞만 보고 따라가는데 1번이 잘못 가면 줄줄이 잘못가게 된다. 1번이 멈추면 멈추고, 계속 돌면 계속 돈다. 1번이 오지 않는 날이면 모두가 그의 부재를 알아챈다. 당황하는 2번의 눈동자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는 날이다.


강사님이 연차를 쓰는 날이면 모두 1번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의 눈동자는 수경에 가려져있지만 평소 훈련량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려고 분주했을 모습이 상상됐다. 맨 뒷사람까지 잘 들리게 목청 높여 “자유형 50가겠습니다! 꼬우! 라고 외치며 출발했고 마지막 사람이 올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30명 가까이 되는 반에서 1번의 얼굴은 가장 먼저 익숙해지는 존재다. 레인 첫 번째에 서 있는 그는 가장 먼저 출발하고 가장 먼저 도착해서 뒤이어 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맨 뒷사람보다 조금이라도 긴 거리를 수영하기 때문에 약간의 체력소모가 생기지만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되어 거뜬해보인다. 가끔씩 부러워 하는 눈빛을 보낼때면 강사님은 1번에 있으면 실력향상이 된다는 달콤한 말을 던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열심히 연습하고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하는 전국의 모든 1번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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